익숙한데 또 새롭다. 10년 전 게임 시장을 쥐락펴락한 게임들이 잇따라 부활하고 있다. 가깝게는 2010년대, 멀리는 2000년대 게임을 새롭게 단장해 재출시하는 식이다. ‘잘 키운 게임 지식재산권(IP) 하나’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작 계승 “돌아와요 팬덤”

'추억의 게임' 잇따라 재출시…게임사 '진짜' 속내는 [정지은의 산업노트]
10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다음달 ‘세븐나이츠’ IP를 기반으로 한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한다. 세븐나이츠는 2014년 출시된 모바일 RPG로 글로벌 누적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넷마블의 ‘효자 IP’로 꼽힌다. 영웅을 획득해 몬스터를 처치하는 정통 RPG로 분류된다.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가 높던 IP라면 지금도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게 넷마블 측의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기를 끈 원작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요즘 트렌드에 맞게 개선하고 보완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년 세븐나이츠 출시 10주년을 맞아 ‘더 세븐나이츠’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넷마블이 다음달 출시할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대표 이미지. 넷마블 제공
넷마블이 다음달 출시할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대표 이미지. 넷마블 제공
최근 게임업계에선 과거에 인기 있던 게임 IP를 계승하거나 재해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컴투스가 내놓은 ‘낚시의 신: 크루’는 2014년 출시해 글로벌 누적 7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낚시의 신’을 재해석한 게임이다. 피처폰 시절 유행한 ‘미니게임천국’도 지난달 27일 모바일 버전으로 재출시됐다. 미니게임천국은 컴투스가 2005년 처음 선보여 ‘국민 폰게임’으로 유명했다.

낚시의 신: 크루는 출시 하루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마켓 스포츠 게임분야 1위를 기록했다. 미니게임천국도 출시 1주일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다.

○‘진짜 신작 없냐’ 우려도

게임사들이 유명 IP를 재해석하는 것은 이용자 유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원작을 경험한 이용자들이 게임에 접속한다. 신작을 출시할 때보다 투자나 마케팅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고전 IP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넷마블과 컴투스 모두 실적 악화로 고민이 많다. 넷마블은 2분기 영업손실이 372억원으로, 여섯 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다. 컴투스홀딩스도 2분기 영업손실 124억원을 냈다. 지갑이 가벼워진 회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리메이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작만 못한 리메이크작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컴투스가 지난 6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가 대표적 사례다. 이 게임은 2008년 출시한 간판 IP 게임 ‘제노니아’ 세계관을 계승했다. 하지만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0~3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안정성, 완성도 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초반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궁곤 컴투스홀딩스 이사는 지난 3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다음달 중순께 대규모 업데이트나 밸런스 조정을 해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