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 이변으로 날씨 정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이 내놓은 ‘2022년 이상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는 남부지방의 최장 가뭄, 수도권의 폭우, 이른 열대야와 폭염 등이 나타났다. 올해 장마철에는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이젠 국내에서도 변화무쌍한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기상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날씨 예측, 스마트팜, 관광 등 분야도 다양하다. 국내 스타트업이 관련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AI로 기후 재난 막는다

그래픽=이은현 기자
그래픽=이은현 기자
기후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인 디아이랩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날씨 예측 주기를 줄이고 정밀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 환경 AI 솔루션 ‘디아이캐스트’에 관련 기술을 적용했다. 명광민 디아이랩 대표는 “3~6시간 간격으로 날씨를 미리 아는 초단기 기상 예측이 가능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기상 예보는 향후 2~3일 정도의 예상 정보다. 명 대표는 “기상청은 보통 넓은 공간의 보편적인 날씨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디아이캐스트는 짧은 시간 간격으로 특정 지역 이상 기후를 포착할 수 있어 작년 서울 강남 지역 침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디아이랩은 기상 예보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IoT 센서 등을 활용한다. 촘촘한 간격의 IoT 센서를 통해 기상청에서 놓친 국지성 기후 정보를 확보한다. 명 대표는 “AI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예보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며 “수년간 예보해온 전문가가 AI 분석에 참여하기 때문에 날씨 예측의 정확도 수준이 높다”고 강조했다. 디아이랩은 이상 기후에 따른 관련 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보험사와 만들 계획이다.

인공 날씨로 식물 재배

스마트팜 스타트업인 엔씽은 첨단 기술로 날씨를 다룬다.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곳에서 작물을 키우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 빛과 자동급수 장치를 활용한다. 이런 기능을 적용한 컨테이너 모양의 모듈형 수직 농장인 ‘큐브’를 만들었다. 큐브 내부에 LED(발광다이오드)를 설치해 광합성 환경을 조성한다. 물과 비료 등을 조절해 식물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작물 재배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체제인 ‘큐브 OS’를 통해 큐브는 자동으로 작동한다. 큐브 OS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CO2), 빛의 밝기, 영양분 등 농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분석한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사물인터넷(IoT)도 활용해 모든 재배 환경을 완벽히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제 스마트팜은 데이터센터, 물류센터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씽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사막같이 식물이 자라기 힘든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실증 사업을 했다. 지난해에는 UAE의 종합 유통그룹 사리야와 200만달러(약 26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기후 정보 분석해 서핑 안내

날씨 정보를 활용한 레저 스타트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더블유에스비팜이 대표적이다. 더블유에스비팜은 회사 이름과 같은 더블유에스비팜 앱을 운영하고 있다. 서핑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이다. 킬러 콘텐츠는 파도 예보다. 강원 양양·속초·강릉, 제주, 부산, 충남 태안 등 전국 서핑 명소의 파도 상태 정보를 제공한다. ‘초보자 서핑하기 적당해요’ ‘중급자 서핑하기 적당해요’ ‘패들 연습을 하세요’ 등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파도 상태 정보를 알려준다. 서핑의 핵심은 파도기 때문에 서핑 애호가에게 상당히 중요한 정보다.

더블유에스비팜은 기상 기업 웨더아이와 협업해 파도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동훈 더블유에스비팜 대표는 “기상 데이터를 자체 분석해 파도 상태에 적합한 서핑 슈트를 추천하는 콘텐츠도 있다”고 말했다. 더블유에스비팜은 기상 분석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날씨 경영 정보화 시스템 구축 지원사업’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3년 뒤 6조원 규모

기상 산업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글로벌 기상 예보 시장 규모가 작년 33억8981만달러(약 4조4118억원)에서 2026년 48억1939만달러(약 6조2724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산업에 민·관 합동으로 145조원을 투입해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10개를 육성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서 날씨 데이터를 확보하기 쉽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잘 다루는 스타트업은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