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봉강면 백운저수지 일대. 2018년 축구장 11개 넓이의 자동차 캠핑장과 수영장을 갖춘 ‘백운제 테마공원’이 들어선 곳이다. 공원 조성엔 시비 63억원과 국비 50억원 등 총 113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난 16일 찾은 공원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캠핑장 관리사무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취수장과 화장실도 닫힌 채 먼지만 수북했다. 텐트가 있어야 할 장소엔 공사하면서 파다 남은 흙더미만 가득했다. 놀이터는 잡초가 무성했고, 접근 금지를 알리는 끈이 처져 있었다.

캠핑장과 수영장은 2018년 완공됐지만 민자(民資) 유치 실패와 토지 사용료, 용수 공급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6년째 문도 못 연 상태다. 수영장만이라도 다음달 말 개장한다는 목표지만 이마저 불투명하다. 인근 노인회관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주변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없고, 캠핑장과 수영장도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최악”이라며 “공무원 자기네들 돈이면 저렇게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백운제 테마공원은 2009년 광양시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이곳을 테마공원 사업 대상지로 승인했고 기획재정부는 국고보조금 50억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광양시, 광양시의회 어디도 사업성을 철저히 따지지 않았다. 결과는 세금 낭비였다. 이런 곳이 전국에 한두 군데가 아니다.

올해 국세 수입이 덜 걷히면서 대규모 세수 펑크가 우려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급증한 국가채무를 감안할 때 ‘툭하면 추경’보다 새는 나랏돈부터 줄이는 게 우선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주·통영·광양=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