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31일부터 시작된 대환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해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1.61%포인트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연 5.51%로 50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는데 대환대출 비교 플랫폼 앱에서 10여 분 만에 연 3.9%(우대금리 적용)의 최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6만원가량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됐다. 그는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다양한 은행의 대출 금리를 비교하고 갈아타기까지 할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은행 방문 없이 갈아타기 가능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 건수는 1819건으로, 약 474억원의 대출 자산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은행 간 대출 이동 비중이 전체의 90.5%에 달했다. 금융위가 이날 오전에 이뤄진 대출 이동 사례를 분석한 결과 B저축은행에서 연 15.2% 금리에 8000만원을 대출받은 한 차주는 은행권의 연 4.7% 신용대출로 갈아탔다. C은행에서 연 9.9%의 한도 대출을 1500만원 받은 차주는 D은행의 연 5.7% 금리 상품으로 대출을 갈아탔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앱뿐 아니라 신한은행 등 은행 앱에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인증 등의 절차를 거쳐 터치 몇 번에 약 10분 만에 갈아타기가 가능했다. 한 이용자는 “소득, 직장, 자산 정보만 입력하면 최저 금리와 최대한도 기준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출 상품이 제시된다”며 “대환도 은행끼리 직접 진행해 편하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 시간은 매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대출이면 대출 계약을 실행한 지 6개월이 지나야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

○플랫폼별 비교해 봐야

대환대출 비교 플랫폼이 출시된 31일 신용대출 갈아타기를 진행한 화면.  네이버페이 캡처
대환대출 비교 플랫폼이 출시된 31일 신용대출 갈아타기를 진행한 화면. 네이버페이 캡처
플랫폼별로 입점 은행이 달라 여러 플랫폼에서 상품을 비교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1금융권 10개사 등 모두 24개 금융회사와 대출 갈아타기 업무제휴를 맺었다. 네이버페이는 13곳, 토스는 17곳과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환대출 비교 서비스의 이용이 많아지면 향후 입점 은행도 플랫폼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비교 결과 기존 대출이 있는 은행의 금리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회돼 갈아타기를 신청했지만 ‘다른 은행’이 아니어서 갈아타기가 불가능한 은행도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막아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로 금융회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환대출 서비스로 개별 금융회사가 신규로 유치할 수 있는 신용대출 규모가 제한돼 있어 활발한 경쟁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회사별로 전년도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의 10% 또는 4000억원 중 적은 금액만 신규 대환대출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 금융권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110조원”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전체 신용대출의 10%만 해당 서비스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12월에는 주택담보대출로 대환대출 비교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엔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사 두 곳을 방문해 최소 2영업일을 기다려야 했다”며 “이번 인프라 가동으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조미현/최한종/정의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