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 부회장은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주가가 너무 저평가된 상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OCI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배 안팎으로, 동종업계 글로벌 기업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회사의 내실에 비하면 너무 냉혹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기존 제조회사 체제에선 우리가 필요한 인력을 영입하기 어렵다”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다양한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가 저평가 요인도 하나씩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OCI홀딩스 사장으로 서진석 전 EY한영 대표를 영입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 부회장은 “화학뿐 아니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동산 개발, 에너지 개발, 바이오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관련 전문가를 지주사로 대거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폴리실리콘 시장, 10배 더 커질 것…생산능력 두 배 이상 확대"

말레이시아 신재생에너지 생산 거점

이 부회장은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연 3만9000t인데, 향후 5년간 연 4만2500t 생산설비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전북 군산)와 말레이시아에서 모두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확대할 것”이라며 “특히 말레이시아 공장은 5년간 현재 생산능력(연 3만5000t)과 맞먹는 연 3만t 규모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말레이시아에선 금호피앤비화학과의 합작사인 OCI금호가 연 10만t 규모로 에피클로로히드린(ECH) 공장을 짓고 있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주요 원자재를 공급하는 생산기지”라고 소개했다. ECH는 풍력 발전용 날개 제조에 주로 쓰이는 원료다.

OCI가 폴리실리콘 투자를 늘리는 건 이 시장이 앞으로 최소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OCI가 처음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던 2005년 당시 540㎿에 불과했던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10GW로 400배 불어났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회로 삼아 투자를 계속해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사업도 중요하지만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한우물을 파 시장 우위를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등에 태양광 사업도 키울 것”

이 부회장은 미국 태양광 모듈 공장도 규모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의 텍사스 공장 규모를 210㎿에서 1GW로 증설할 예정인데, 추가 투자를 통해 최소 3GW까지는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GW면 미국 가구 평균 기준으로 연간 약 6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 부회장은 “IRA 시행 이후 미국에서 1억달러를 투자하면 미 정부로부터 3000만달러를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업성이 굉장히 좋아진다”며 “현재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만 연 4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 공장 규모를 3~4배 정도로 키우면 이익 규모도 1000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사업을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확장해 나갈 구상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등 나라들의 인구를 합하면 3억 명쯤 되는데, 전기가 굉장히 모자란 곳들이어서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OCI는 지난해 2월 부광약품 인수를 통해 제약·바이오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부회장은 “늘어나는 수명과 낮아지는 출산율을 고려하면 일생을 책임지는 ‘라이프사이언스’ 산업이 뜰 것”이라며 “외부 회사와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분 늘릴 거면 다른 방식 택했다”

인적분할 방식을 활용한 지주사 전환에 대한 시장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대주주 지분 강화가 목적이었다면 자사주를 미리 사뒀거나 신설회사가 가져가는 분할 비율을 높였을 것”이라며 “인적분할이 불필요한 유출 없이 회사를 나누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판단했고, 자사주를 사둔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OCI홀딩스와 OCI의 분할 비율은 69 대 31이다.

이 부회장은 “기업분할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일환으로 몇 년 전부터 고민해왔다”며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구조조정과 회복에 집중했고,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주주총회 이후부터 이 부회장은 OCI홀딩스 부회장으로서 서 전 대표와 함께 지주사를 관할한다. 사업회사 OCI는 김택중 현 OCI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을, 김유신 현 OCI 최고마케팅책임자(CMO·부사장)가 사장을 맡는다. OCI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할 가능성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결정될 사안이고, 거기에 따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OCI 주총은 오는 22일이다. 5월 1일을 기일로 분할이 완료되면 같은 달 OCI홀딩스와 OCI가 상장한다. 지주사가 정식 출범하는 시점은 10~11월께다. 이 부회장은 “1년에 10% 이상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익도 계속해서 잘 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기존 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쳐 1980년대생 전무가 나올 수 있는 파격적인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재후/장서우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