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2일 암호화폐거래소 제미니와 대출업체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을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두 회사는 2021년 2월부터 이용자가 암호화폐를 맡기면 최대 8% 이자를 지급하는 디파이 상품 ‘제미니 언’을 함께 운영해오다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 파산 사태에 휘말리며 서비스를 중단했다. 제미니 언에 돈이 묶인 사람은 못 해도 34만 명, 암호화폐는 9억달러(약 1조11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제네시스와 제미니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시 의무를 우회하고 미등록 증권을 일반 대중에 권유하고 판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달 제미니 언 이용자 34만 명이 제미니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미니 언을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아 그 위험성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앞서 SEC는 리플에 대해서도 증권성이 있다며 발행사인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했다.

제미니 언은 이용자가 제미니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제미니가 이를 제네시스에 맡기고, 제네시스는 다시 이를 담보로 대출을 굴려 수익을 내는 식으로 운영됐다. 제네시스가 대출 수익의 일부를 제미니에 돌려보내면 제미니는 수수료를 떼고 이용자에게 최대 8% 이자를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FTX 파산으로 이곳에 1억7500만달러의 자금이 묶인 제네시스가 출금 중단을 선언하면서 제미니 언도 인출·환매가 중단됐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CNBC에 따르면 SEC는 “제미니 언은 제네시스의 대출 활동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투자계약증권과 약속어음의 성격을 모두 포함한다. SEC의 정의상 ‘증권’을 충족하는 것”이라며 “제네시스는 이 제품을 유가증권으로 등록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타일러 윙클보스 제미니 공동창업자는 트위터에 “SEC의 행동은 이용자의 자금 회수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설득력 없는 정치적인 행동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