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에 새해 들어 암호화폐 시장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이후 1만50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비트코인 가격은 두 달 만에 2만달러대에 안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상승세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15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2만744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한때는 2만1075달러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코인시장 훈풍은 ‘대장주’ 비트코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암호화폐 시장지수를 산출하는 웨이브릿지 인덱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 리플 도지코인 솔라나 폴리곤 등 주요 10개 종목을 추종하는 CMX10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4.6% 올랐다. 올 들어 이날까지 솔라나 가격 상승률은 129.8%에 달했다.

이번 상승세를 두고 일부에선 ‘크립토 윈터(암호화폐의 겨울)’의 끝이 보인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반면 많은 전문가들은 “또 한 번의 ‘베어마켓 트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베어마켓 트랩은 약세장에서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함정을 뜻한다. 시장조사업체 페어리드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톡턴 공동 창업자는 “현재 비트코인은 과매수가 몰린 상태”라며 “지금의 상승 랠리를 좇는 것은 경솔하다”고 했다.

낙관론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거래량 감소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은 2만1000달러는 물론 1만8000달러 부근에서도 대기 중인 거래량이 거의 없으며 거의 1만6000달러대에 몰려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2만1000달러를 확실하게 뚫고 올라가지 않는다면 1만7000달러 안팎까지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암호화폐거래소 비트파이넥스도 코인시장에서 마켓메이커 역할을 했던 FTX와 그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파산으로 급감한 시장 유동성과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침체 조짐과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 등도 당장 코인시장에는 부담 요인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