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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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현상이 주춤하면서 ‘환테크족’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고물가와 미국발 긴축 우려에 급등하며 지난해 9월 14년 만에 처음 1400원 선을 넘어섰다. 자금시장 불안까지 이어지며 1449원96전(10월 24일)까지 치솟았지만, 약 두 달 만에 1200원 중반대로 13%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환테크는 잠시 쉬어갈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 = 신택수 기자
그래픽 = 신택수 기자

원·달러 환율 전망은

전문가들이 환테크에 회의적인 이유는 ‘환율 전망’ 때문이다. 남흥식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센터팀장은 “고객에게 환테크를 제안하기에는 위험한 시기”라며 “금리 인상 속도가 주춤하고 물가도 잡혀가고 있어 달러 강세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했다. 이어 “달러가 다시 강세로 다시 돌아서려면 강한 스탠스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정책을 밀어붙여야 하는데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외환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명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1200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0명 모두 올해 환율 하락을 예상했고, 이 중 8명은 올해 환율 저점을 달러당 1200원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소수지만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하게 오른 환율이 되돌림되는 과정에서 쏠림이 나타나면 1100원대 후반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 10명 모두 환율이 지난해처럼 달러당 1400원대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올해 환율 흐름을 결정지을 주요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통화정책, 유럽 경기 등을 꼽았다. 무역수지도 환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언제 흑자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환율 수준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융 위기가 끝나고 원·달러 환율은 1050~1200원에 머물렀다”며 “유학생처럼 달러가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최소 금액만 달러를 매수하고,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외화 정기예금은 짧게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자산 일부를 환테크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인성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외화 정기예금을 짧게 가져갈 것을 추천했다. 시중은행 외화 정기예금은 가장 손쉽게 환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 변동 차익은 물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판매하는 외화 정기예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 1일~2년까지 다양한 데다 기간도 조정할 수 있다. 지난 12일 기준 시중은행의 만기 1년 외화 정기예금(거주자 기준) 금리는 하나(연 4.65%) 우리(연 4.97%) 신한(연 4.87%) 국민(연 5.39%) 등이다. 하 팀장은 “외화 예금 금리가 원화 예금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라며 “만기 3, 6개월 금리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입 기간을 짧게 잡아 변동성에 대응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외화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외화 매매 플랫폼 서비스 ‘하나 FX마켓’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다른 은행, 증권사의 원화 계좌와 하나은행 외화계좌 간 수수료 없이 외화 매매가 가능하다. 환테크에 관심 있는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우대 환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로, 일정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거래를 체결해주는 예약 거래도 활용할 수 있다.

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는 환테크족도 있다. 환헤지형 상품은 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에서 환율을 특정 시점으로 고정해놓은 상품을 말한다. 환노출형은 주식 가치 변화에 더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도 부담한다. 환율이 하락세일 때는 환헤지형 투자로 리스크를 줄이고, 환율 상승에 베팅할 때는 환노출형 투자로 목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환노출형 ETF 또는 KODEX미국달러선물을 추천한다”며 “다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장기적인 환차익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