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스 관계자가 접촉식 3D 스캐너 장비 아큐라를 소개하고 있다.  자이스 제공
자이스 관계자가 접촉식 3D 스캐너 장비 아큐라를 소개하고 있다. 자이스 제공
“제품을 분해하지 않고도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게 자이스의 기술력입니다.”

지난달 말 방문한 자이스 경기 동탄연구소(코리아 이노베이션센터). 전자현미경과 전산화 단층촬영(CT) 장비, 엑스레이 현미경, 3차원(3D) 스캐너 등 자이스의 광학 기술과 현미경 기술이 집대성된 장비들이 취재진을 맞았다. 동탄연구소는 독일 자이스 본사에 비치된 각종 연구개발(R&D)·생산 장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장비는 CT 기술을 활용한 3D 엑스레이 장비 ‘메트로톰’이다. 장비 안에 물건을 넣으면 정밀한 촬영이 가능하다. 병원에서 CT로 신체를 찍듯 메트로톰은 장비의 내부를 세세하게 촬영한다. 2차전지 배터리, 반도체 소자, 스마트폰 등 각종 제품을 분해하지 않고도 안의 부품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미니셈 360’과 ‘크로스빔 550’은 각각 전자빔과 이온 빔(FIB) 기술을 활용하는 전자현미경이다. 자이스의 광학현미경 기술을 전자현미경 분야에 접목한 장비다. 샘플 왜곡 없이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세세하게 구조를 살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단면 관측도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자이스의 전자현미경은 고정밀 측정과 훼손 없는 분석을 요구하는 반도체 업계에서 수요가 높다”며 “반도체의 집적도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정확한 샘플 분석이 가능한 전자현미경의 활용도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스캔해 3D 도면을 그리는 ‘핸드헬드 스캐너’도 눈에 띄었다. LED(발광다이오드) 광원을 쏴서 제품의 설계도를 그릴 수 있는 장비다. 3D 측정기 ‘아큐라’는 물건 길이와 부품 간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접촉식 센서를 통해 물체를 인식하면 레이저를 활용한 비접촉 측정으로 제품을 분석한다.

자이스는 지난 8월 개소한 동탄연구소를 통해 국내 산업계와의 협력을 넓혀갈 예정이다. 국내 고객사에 각종 장비와 솔루션 교육을 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전기자동차, 항공·우주 등 다양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투자도 늘린다. 2026년까지 4년간 48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반도체·전자현미경 R&D센터를 짓기로 했다.

1986년 한국에 설립된 자이스코리아는 의료기기, 광학 및 전자현미경, 반도체 마스크 제품 등의 사업을 해왔다. 한국은 자이스가 진출한 100여 개 국가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