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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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자율 규제라는데….”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공세에 플랫폼기업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하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줄곧 대통령 의중임을 거론하며 기업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e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폐기된 줄 알았던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움직임까지 보인다”며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공정위의 ‘규제 본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시점을 지난달 ‘카카오 먹통 사태’ 때로 본다. 독과점의 폐해를 막겠다며 여야 구분 없이 온플법 도입을 주장하자 한기정 공정위원장(사진)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플랫폼 독점화가 카카오 사태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발언했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경쟁 기반 확보 대책’은 크게 두 줄기다. 한 업체의 점유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고, 플랫폼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갈등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효력을 지니는 심사 지침을 마련하는 게 첫 번째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온플법을 민간 자율 규제로 풀겠다는 입장은 변함없으며,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부분은 독과점 방지를 위한 것”이라며 “둘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e커머스업계에선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은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슈퍼앱으로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산업의 잣대를 들이대 독과점 여부를 판정하겠다는 것은 결국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가 기업에 적용하는 적정 규제 수준에서 위원장과 실무진 간에 ‘온도 차’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공정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치열한 전투 끝에 플랫폼기업 관할권을 가져왔다”며 “공정위 실무자들은 플랫폼이라는 신산업의 불공정 거래를 막을 규범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달 온라인플랫폼과(가칭)를 신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함에 따라 공정위는 30명가량을 감축하고 있는데도 규제 부서를 새로 만든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플랫폼과는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각 분야 1위 사업자를 별도로 관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김소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