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간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 인상을 막기 위해 국비로 보조금 2572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당초 목표한 수준으로 통행료 부담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정부는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등 18개 민자 고속도로에 적게는 21억원에서 많게는 78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8월 ‘민자 고속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발표하고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반 고속도로 대비 1.43배 수준인 통행료를 임기 내에 1.1배까지 내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의 운영 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율이 낮은 자금을 활용하는 등 사업 구조를 새로 짜 통행료를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통행료 인하를 위해 국가 재정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4월 이후 통행료가 6800원에서 4100원으로 내려간 서울~춘천고속도로에는 2020년까지 4년간 779억63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같은 해 통행료가 33% 낮아진 수도권 제1순환도로에도 보조금 555억8200만원을 지원했다. 요금 인하가 전혀 없었던 수원~광명고속도로(400억9000만원), 인천공항고속도로(139억2600만원) 등에도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금 지원에도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일반 고속도로 대비 1.28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통행료 부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 의원은 “5년간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통행료 부담을 낮추지 못했다”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민자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져야 할 부담을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운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물가 상승분만큼 인상하지 못해 발생하는 운영 손실을 계약에 따라 2015년 말부터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며 “사업 재구조화를 통한 통행료 인하도 있었지만, 물가 인상 관련 통행료 인상 수요까지 상쇄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