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최대 39% 적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도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 탄소 배출량 39% 적다…SK이노, "연내 재활용 공장 투자"
3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환경단체 교통과환경(T&E)은 최근 배터리 종류별로 제조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을 조사했다. 중국 업체의 주력 제품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h당 78㎏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주로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배출량 역시 ㎾h당 77㎏으로 엇비슷했다.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쓰는 전고체 배터리는 NCM보다 24% 적은 ㎾h당 58㎏이었다. 같은 양의 원자재로 배터리를 제조했을 때 NCM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다. T&E는 조사에서 LFP 배터리 팩의 에너지 밀도를 ㎏당 174Wh, NCM 배터리 팩은 ㎏당 250Wh, 전고체 배터리 팩은 ㎏당 400Wh로 계산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리튬을 35% 더 많이 쓰지만,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흑연과 코발트 등을 적게 이용한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원자재를 추출했을 경우 전고체 배터리의 탄소 배출량은 ㎾h당 47㎏으로 최대 39% 적어진다. 지열 발전으로 리튬을 추출하고 폐열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다.

최근 배터리 제조사들은 친환경 원자재 도입을 늘리며 탄소 배출량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협약을 맺은 미국 컴파스미네랄이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이 이런 식이다. 컴파스미네랄은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염수호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DLE 공법을 이용한다. T&E는 “DLE는 물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기존 염수 증발법보다 리튬 추출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공장을 완공해 운영 중이다.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때 광산 대비 74%, 염수호 대비 41%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리튬 재활용 상업공장 건설을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ESG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 공장은 2025년 미국, 유럽 등에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