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투자심리 악화, 물가 상승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성장 확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본업인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즉, R&D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건데요.

관련해 IT·바이오부 박승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R&D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R&D 투자가 신약 개발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핵심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R&D에 투자하지 않고 복제약 판매만 주력하면, 영업력에 의존해야 할 뿐 아니라 차별성 없는 제품 판매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한정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R&D 투자를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1분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이 현황은 김수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트렌드는 연구개발, 즉 R&D의 비용 확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R&D 비용은 약의 제형 변화 외에도 신약 개발에 주로 쓰입니다.

업계 특성상, 신약을 확보해야지만 퀀텀점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주요 20개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투자비용은 4,5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습니다.

20개사 중 16개사가 올해 1분기 기준 작년보다 R&D 규모를 늘린 겁니다.

두드러지는 곳은 셀트리온인데, 1분기 R&D 투자비용은 약 891억 원(연결기준 약 946억 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부문장은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골다공증 치료제 등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장과 항체의약품 및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을 위해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외에 대웅제약이 약 4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종근당은 약 368억 원으로 7.1, 녹십자는 약 361억 원으로 10.5 증가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약 237억 원으로 R&D 투자비용을 124.8나 늘렸습니다.

다만 무작정 R&D를 늘리는 기업에게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준석 / 대웅제약 신약센터장 : 결국에는 얼마나 유망하고 경쟁력 있는 타겟으로 신약개발을 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연구비 확대를 잘 해석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 수 있는 연구를 해야 진짜 연구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거죠.]

연구중인 신약이 현장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도 잘 따져야 R&D 확대도 의미가 있는 만큼, 실속 없는 확장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수진입니다.

<앵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R&D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인데,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많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내 10대 제약 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약 1조4천억원입니다.

반면 글로벌 10대 빅파마의 연구개발비는 무려 82조원에 달하는데요.

제약사 규모의 차이가 워낙 큰 데 따른 겁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매출 1조원 이상인 기업은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 5개사에 불과합니다. 이 가운데 세계 100대 기업은 셀트리온 하나 뿐이구요.

존슨앤존슨(J&J), 로슈, 머크 등 글로벌 5대 제약사의 매출이 최소 54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턱 없이 적습니다.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R&D 규모도 1조7천억원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비중은 18%에 그치고 있습니다.

<앵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투자가 늘어나면서 신약 임상도 늘어나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제 임상 1, 2, 3단계에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은 지난 2018년에 비해 각각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임상3상의 증가세가 가팔랐는데요.

문제는 임상3상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임상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통상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할 경우 환자 1천~5천명을 대상으로 최소 3년 이상 길게 진행해야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최소 2천억원에 달합니다.

정부가 지원을 하긴 하지만, 이 지원도 초기 연구에 집중돼 있고, 최대 임상2상까지만 지원되고 있어 기업의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앵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임상3상이 무엇보다 중요할텐데, 결국엔 비용이 문제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글로벌 임상3상에만 최소 2천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단일 기업이 부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전부터 계속 언급돼 온 메가펀드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인데요.

정부가 혁신적인 후보물질,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후기 임상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이 마중물이 바로 메가펀드라는 설명입니다.

현재 정부는 내년까지 1조원 규모의 글로벌 메가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하지만 학계와 업계는 이 규모를 최소 5조원까지는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앵커>

메가펀드의 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해외 다른 국가와 비슷한 규모를 맞춰야 한다는 게 배경인 것 같습니다.

실제 싱가포르와 미국의 경우 각각 20조원,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제약·바이오 분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메가펀드 조성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그 주체가 반드시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인데요.

관련해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윤유식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수석부회장(중앙대 의과대학 교수)

[현재 정부는 메가펀드를 내년까지 1조원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선 향후 5년간 5조원 이상의 규모로 펀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메가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이 주도해야 합니다.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 즉, CVC와 정부의 메가펀드간의 적절한 연계를 통해 바이오헬스 기업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하는 제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제약·바이오 산업과 관련해 육성과 규제, 재정 정책이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데, 이런 부처와 민간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 즉,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도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임상 자금도 못 댄다…메가펀드, 조성 전부터 논란
박승원기자 magun1221@wowtv.co.kr
임상 자금도 못 댄다…메가펀드, 조성 전부터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