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떨어진 곳서 AI로 트럭 사고율 낮춰…멕시코 1위 보험사도 반한 한국계 스타트업
“팬티 하나 걸치고 정글을 누비는 타잔이 된 느낌이죠. 떨어지면 악어에게 잡아 먹히는 살벌함도 있지만 하루하루 재밌고 흥분됩니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플리트업 본사에서 만난 에즈라 곽 대표(사진)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의 삶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플리트업은 트럭 등 물류기업의 운송 장비와 운전기사 등에 대한 관리·운영 시스템을 공급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다. 2013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됐고 2017년 국내 중견기업 휴맥스의 투자를 받았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곽 대표는 방위산업체 근무 시절 칠레 정부의 시외버스 위치 추적 시스템 사업에 참여한 걸 계기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칠레는 영토 길이가 4200㎞에 달할 정도로 길지만, 철도망이 열악해 버스가 교통·물류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칠레 정부가 물류 효율화를 위해 한국의 방산업체에 개발 용역을 맡겼고 이때 엔지니어 겸 컨설턴트로 일했던 곽 대표는 물류관리 자동화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그는 “2013년 한 중견기업 근무 시절 고객이던 칠레 운송업체 대표로부터 ‘트럭 추적 사업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플리트업은 단순한 물류 관리·운영 시스템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시스템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예컨대 트럭 엔진 데이터를 수집해 연비와 성능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을 파악해 고객사에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운영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한 플리트업은 2020년 멕시코 최대 보험사 퀄리타스를 고객사로 유치했다. 퀄리타스는 플리트업을 통해 코카콜라, 서클K(편의점) 등 화물차를 운영하는 고객사의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곽 대표는 “보험사 입장에선 플리트업 서비스를 유상 구매하더라도 고객사의 사고율을 낮추면 이익이 된다”며 “퀄리타스 고객사의 사고율이 최근 상당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중동과 북중미 지역 정부와의 서비스 계약 체결도 목전에 두고 있다.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컨테이너와 트럭 등의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플리트업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곽 대표는 사업 확장의 비결로 ‘현장 방문’을 꼽았다. 그는 “고객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파악하고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이후 가장 힘든 점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훌륭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와서 열정을 쏟는 것을 보면서 ‘비전을 잃지 않게 해줘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이상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