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그동안 가계대출에만 집중해온 인터넷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은행으로서도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국이 부여한 주요 미션인 중금리·중신용 대출 비중 확대도 꾀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일제히 기업대출 전문 인력 확보와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기존 은행 인력의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정교한 신용 평가 모델과 리스크 관리 등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인터넷은행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 기업대출 경쟁 활성화 기대

인터넷은행 가세…中企 대출금리 낮아질 듯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업대출 규제를 재정비한 건 관련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금리 인하 등 금융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에 100%의 가중치만 부여(기업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경우)한 것은 영업 초기인 점을 고려한 일종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기업대출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인센티브로 작용했다. 일반 은행에서는 예대율 규제(100% 이내)를 맞추기 위해 가중치가 높은 가계대출(115%)을 줄이고 기업대출(85%)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을 취급한 만큼 그대로(100%) 잡히기 때문에 굳이 기업대출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까다로운 대면 거래도 기업대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대면 거래가 반드시 필요한 연대보증계약도 인터넷은행에는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다. 한 인터넷은행 임원은 “기업대출을 하려면 실사를 해야 하는데 권한이 없었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은행을 찾아와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며 “이번에 대면 거래 기준이 풀리면서 기업대출에 대한 족쇄가 풀린 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으로 인력 이동 잇따를 것”

인터넷은행은 연내 일제히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보일 계획이며 토스뱅크는 상반기 보증서나 담보 없이 자체 신용평가만으로 돈을 빌려주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기업대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확충과 조직 개편도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업대출은 기업에 대한 은행 자체 신용 평가가 중요한 데다 해당 기업과 상시 접촉하며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금융 경력이 있는 인력을 대거 충원해 기존 개인사업자 서비스 셀을 한 단계 격상한 개인사업자 스튜디오 조직으로 키우기로 했다. 또 한국신용데이터·SGI서울보증·국민은행 등과 합작 설립한 중금리혁신법인을 통해 신용평가모델을 개발 중이다.

토스뱅크도 기업대출스쿼드에서 신용평가모형 개발 담당자를 상시 채용 하고있다. 한 대형 은행의 기업 대출 담당자는 “인터넷은행이 뛰어들면서 가계대출 시장이 그랬듯 대출 판도 변화와 대규모 인력 이동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대형 은행이 갖고 있는 기업 네트워크와 신용평가 노하우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올수 있을지, 금리나 편의성 측면에서 어떤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정소람/박진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