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레드벨벳 조이. 샤넬 로고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이 3040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SNS 캡처
(왼쪽부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레드벨벳 조이. 샤넬 로고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이 3040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SNS 캡처
“이 샤넬 목걸이는 품명이 뭔가요? 블랙핑크 제니가 하고 있는 건데요.”
“샤넬 빈티지 단추로 만든 목걸이 같네요.”

한 온라인 명품 정보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과 답글입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샤넬은 국내 시장에서 8번이나 가격을 올렸습니다. 덩달아 샤넬 액세서리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겨난 게 샤넬 단추를 이용한 액세서리 리폼 시장입니다.

패션·명품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샤넬 옷에서 떼어낸 단추를 활용해 만들어진 목걸이나 귀걸이 제품을 인증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샤넬 단추를 이용해 액세서리를 만드는 전문 업체까지 생겨날 정도입니다.

액세서리 디자이너 박가연 씨(31)도 오래된 옷에서 떼어내거나 여분으로 달린 샤넬 단추를 이용해 목걸이나 귀걸이, 브로치, 머리띠 등을 만듭니다. 가격은 10만~4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고 볼 순 없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 마니아들이 많습니다. 70여명의 고객이 박 씨 쇼핑몰에서 두 개 이상 리폼 제품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박 씨는 “샤넬은 단추 하나도 브랜드 각인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어 그 자체도 하나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며 “샤넬은 별도의 단추 공방을 꾸리고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단추 디자인이 화려하고 정교하다. 소재도 대부분 금속이라 잘 낡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냥 보관만 하거나 버리기 아까운 단추들을 모아 액세서리로 만들면 비싼 샤넬 제품 하나를 사는 기분도 든다고 고객들이 얘기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샤넬 액세서리 제품. /샤넬 홈페이지 캡처
샤넬 액세서리 제품. /샤넬 홈페이지 캡처
샤넬에서 나오는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등의 공식 액세서리 제품들은 적게는 60만~70만원대에서 많게는 200만~300만원까지 호가합니다. 정품 액세서리의 5분의 1, 10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지만 만족감이 크다는 게 박 씨의 설명입니다.

목걸이 하나를 만들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요. 중고거래 온라인 플랫폼인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에서는 오래된 샤넬 단추 하나가 3만~10만원에 거래됩니다. 한정판이거나 프리미엄 제품에 달려있는 경우 종종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구매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3만원짜리 단추 하나를 사 20만원 정도에 팔면 부자재 값 등을 제외하고 13만~15만원 가량 이익이 남는 셈입니다.

당근마켓에서 종종 샤넬 단추를 판다는 한모 씨(40)는 “샤넬 옷을 사면 항상 여분의 단추가 1~2개 남거나 옷은 낡아 못 입지만 단추만 남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은 제품들을 팔면 리폼하는 이들이나 공방 관계자들이 내놓은 물건을 싹쓸어 사가곤 한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 명품 빈티지 마켓에서 자재를 사오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선 ‘빈티지숍’이라고 하는 명품 중고거래 가게들이 독자적 시장을 형성하며 개성있는 중고 제품을 많이 팝니다. 희소성 높은 디자인의 단추로 제품을 만들면 그만큼 웃돈(프리미엄)도 올라갑니다.

단추 자체의 디자인이 워낙 다양해 기존에 정품 액세서리로는 잘 나오지 않는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연예계에서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레드벨벳 조이, 블랙핑크 제니 등도 리폼한 목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단추로 디자인된 샤넬의 자켓 제품. /샤넬 홈페이지 캡처
다양한 단추로 디자인된 샤넬의 자켓 제품. /샤넬 홈페이지 캡처
유행을 선도하는 건 주로 3040 여성들로 보입니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명품 단추 목걸이나 귀걸이 등 액세서리 제작 과정과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소개하는 인증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선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결국 리폼이란 게 명품을 훼손해 이른바 ‘짝퉁’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입니다. 가입자 50만여명의 명품 정보 공유 온라인 카페에서도 ‘샤넬 단추 목걸이’ 등의 소재로 게시글이 올라오면 ‘정품의 가치는 없는 가품’, ‘정품 옷에서 떼어낸 단추라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 등의 비판이나 의구심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달리곤 합니다.

다만 일종의 리사이클링 행위로 쓰지 않는 명품 제품의 자투리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 브랜드 디자이너는 “에르메스나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도 가방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 천, 금속 부자재 등을 모아 인형, 열쇠고리, 키홀더 등을 만들곤 한다”며 “그냥 두면 쓸모 없는 명품 자재를 디자인하고 공임해 새 제품을 만드는 것 또한 리사이클링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