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실 때 항상 남보다 일찍 취하는 A씨. 혹시 체내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어 선천적으로 음주에 취약한 것은 아닐까 궁금해 유전자 검사를 신청했다. A씨는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한 핀테크 업체의 모바일 앱을 실행했다. 무료로 검사를 신청하고 2~3주 안에 진단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기업 뱅크샐러드가 유전자 분석업체 마크로젠과 손잡고 지난 10월 출시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뱅크샐러드 회원이라면 누구나 앱을 통해 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500명 선착순으로 검사 기회가 제공된다.

신청자에겐 2~3일 안에 유전자 검사 키트가 배송된다. 고객은 직접 타액을 채취한 뒤 키트를 마크로젠 측에 보내면 된다. QR코드를 찍어 키트 반송 접수를 하면 이틀 안에 알아서 수거해간다. 배송 등에 드는 비용도 모두 뱅크샐러드가 부담한다. 분석 결과는 약 2주 뒤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양소와 운동, 피부·모발, 식습관, 개인 특성, 건강관리 등 6개 카테고리별로 혈당과 혈압, 비만 등 65개 항목을 보여준다.

개인별로 가장 좋은 유전자 항목 세 가지가 ‘TOP 3’ 형태로 제시되는데 어려운 의학 용어가 등장하는 만큼 뱅크샐러드는 이미지 카드를 통해 고객 이해를 돕고 있다. 가령 체질량지수가 좋은 고객에겐 ‘과식을 허락받은 자’, 비만도가 낮은 회원에겐 ‘모태 마름’, 근력 운동 적합성이 좋은 사람에겐 ‘조상님이 들어주는 봉’ 등 카드를 보여주는 식이다.

뱅크샐러드를 통해 각 유전적 형질이 대한민국 전체에서 상위 몇%에 해당하는지도 알 수 있다. 알코올 의존성이 상위 5%, 지방산 농도가 상위 6% 등 진단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MBTI(성격유형검사) 등 타고난 유형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흥미를 보이고 있다”며 “건강검진 결과서등 후천적 데이터와 함께 살펴보면 효율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던 뱅크샐러드가 유전자 검사라는 이종(異種)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통합 마이데이터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여·수신과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한데 모아 맞춤형 상품 추천을 해주는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는 이달부터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 개인정보 전송 요구 관련 법적 기반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탓에 의료와 통신, 공공 등 비금융 데이터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