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에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 협조를 요청했다. 삼성그룹의 종합상사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요소수를 확보해달라는 내용이다.

정부, 삼성에 SOS…"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해 요소수 구해달라"
9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요소 수급 관련 긴급회의에 종합상사 및 화학제품 수입업체도 참석했다. 대기업에선 삼성물산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두 곳이 회의에 자리했다. 영업부문 부장급이 참석했다는 게 두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종합상사 중 요소 수입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두 회사를 회의에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회의에서 두 회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요소 확보 및 요소 수입처 다변화 등에 힘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요소수 확보를 위한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에는 삼성물산이 민간 기업 대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국내 대형 종합상사 중 유일하게 화학, 철강, 에너지, 금속 등 트레이딩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상 트레이딩은 상사 본연의 기능으로 불린다. 고객사와 제조사 간 중개를 통해 제품을 대신 팔고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세계 43개국 74개 거점에 기반을 두고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비료, 메탄올, 광산용 소재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트레이딩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맞다”며 “요소수 수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삼성에 SOS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 53t(5300만 장)을 국내로 들여왔다. 올해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화이자와의 협상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조기 도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 수입업체가 차량용 요소수 생산 과정에 투입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요소가 3000t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발표했다. 이 중 차량용이 2000t, 산업용은 1000t이다. 정부는 차랑용 요소 가운데 700t을 10일 생산에 투입해 이번주 생산이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지만 요소수 대란 사태를 피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년에 수입한 차량용 요소는 8만t이다. 하루로 계산하면 219t 정도다. 700t이면 사흘 남짓, 2000t 전체가 생산에 투입돼도 9일치 정도에 그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밝힌 군 예비분 210t도 ‘쥐꼬리’에 불과하다. 요소수 210t(21만L)은 요소로 치면 70t 정도다. 반나절 쓸 물량도 안 된다는 얘기라고 업계는 전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원활한 수입 재개를 위해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명의로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에 서한을 발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 명의의 서한도 중국 상무부에 발송했다.

강경민/남정민/정의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