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꼽힌다. 능력만 있다면 월급쟁이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의 주식 평가액은 2000억원을 웃돈다. 비(非)오너로는 전체 상장사 중 2위다. 타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을 일도 없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IPO(기업공개)와 함께 스톡옵션 52만 주를 받았다.

카카오가 ‘인재 블랙홀’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이사회 의장)가 구현한 카카오식 ‘기회의 문’에 합류하고 싶어하는 직장인이 줄을 잇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신문과 리멤버서베이가 한 설문조사에서 카카오는 3관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옮기고 싶은 직장’ ‘자녀를 보내고 싶은 기업’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3개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샐러리맨 대박 신화' 카카오…이직 선호도 32% 압도적 1위

‘카카오 왕국’ 키우는 비밀의 열쇠

이번 설문은 경력직의 기업 선호도를 묻기 위해 기획됐다. 관련 문항은 세 개다. 우선 ‘혁신이란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 혹은 그룹’을 물었다. 응답자 1200명 중 42.4%가 카카오를 골랐다. ‘톱5’엔 토스뱅크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15.8%), 삼성(11.5%), 네이버(8.8%), 쿠팡(7.5%)이 포함됐다. 이 밖에 SK(4.8%), LG(2.5%), 크래프톤(2.1%), 현대자동차(0.7%), 롯데(0.1%)가 뒤를 이었다.

‘당신의 경력을 토대로 이직한다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도 비슷한 답이 나왔다. 카카오(31.8%), 네이버(12.8%), 삼성(12.5%), SK(9.0%), 비바리퍼블리카(5.8%)가 1~5위에 올랐다. 이어 ‘당신의 자녀가 취업하길 희망하는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카카오(33.2%)가 또다시 1위를 차지했다. 이 질문에선 삼성(20.8%)이 네이버(14.2%)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에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과 달리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은 빠른 변화와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무기로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 코로나발 조직 관리 ‘비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재 이동’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지형의 바뀜과 궤를 같이할 것이란 지적이다. 리멤버, 잡코리아 등 이직을 위한 경력관리 플랫폼이 각광받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선 구글, 아마존, 우버, 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에 다니는 고연봉의 엔지니어도 2~3년에 한 번씩 이직한다”며 “한 가지 업무에만 오랜 시간 있는 것보다는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하는 걸 선호하고, 기업도 이런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이번 설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런 시각에서 설명할 수 있다. 토스가 직원을 채용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목표는 ‘3년짜리 미션(임무)’이다. “3년만 있다가 나가도 된다. 회사도 딱 3년짜리 미션만 준다”는 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토스에서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면 거의 구석기 시대 원시인과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 시행한 비바리퍼블리카의 개발자 채용에 5000명 이상이 몰렸다. 경력 3년 이하인 개발자를 뽑는 과정이었는데, 경쟁률은 88 대 1에 달했다. 업계 전반에 ‘개발자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바리퍼블리카는 예외였던 것이다. 당초 최대 60명을 뽑을 계획이었던 비바리퍼블리카는 지원자가 대규모로 몰리자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한때 선호 기업 1위였던 네이버가 카카오 등에 밀리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네이버만 해도 최대주주인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이 3%에 불과한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라며 “그럼에도 한 울타리 안에 거대 조직이 몰려 있다 보니 관료주의, 파벌 등 대기업이 앓았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만 158개에 달할 정도로 끝없는 ‘세포 분열’을 통해 구성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카카오와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한종/박동휘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