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경제학 공부까지 하고 고시를 패스한 경제부처 사무관들인데 시장을 너무 몰라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뭔지, 국내 4대 그룹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무관조차 몇 명 봤습니다.”(경제부처 A 서기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면 교류 급감은 공직 사회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시장 현실을 접하고 민간 영역과 교류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젊은 공무원들의 정책 역량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의 인식과 현실의 괴리는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활동 중심지인 수도권을 떠나면서 기업인의 어려움을 듣거나 경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들을 기회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 고위 공직자는 “젊은 사무관들은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대한 현실 인식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며 “중산층 공무원들이 잘 구획된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에 옹기종기 모여 살며 차로 출퇴근하다 보니 어려운 사람들을 접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공무원 조직 내 교류가 그동안 역량 저하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실장·국장급 선배와 사무관들의 식사, 부처 내 선후배 간 저녁 자리 등을 통해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다른 부서의 현안을 귀동냥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 같은 기회조차 사라졌다. 사적 모임 통제가 강화되면서 같은 과나 국에 있는 선배가 아니면 동료나 선후배 공무원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정부가 각종 복무지침을 내려보내며 “감염사례가 발생하면 공무원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강력 통제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사실상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는 사례까지 나오다 보니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전언이다. 한 사무관은 “신입 공무원들이 다른 실·국 업무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정책 품질과 수준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게 선배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예전엔 사무관에게 일을 시키면 시장 전문가를 섭외해 그럴듯한 보고서를 써냈지만 이제는 네이버부터 띄우고 검색을 하더라”고 했다. 그는 “고위급은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이 세종과 서울을 오가야 하는 데다 사적인 교류까지 막혀 있어 후배를 교육하고 바로잡아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