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를 ‘공시가 상위 2%’로 하자고 당론을 정했지만 조세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청하며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과세 대상자를 정하자는 것은 조세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입법이란 얘기다.

민주당, 청와대,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당·정·청 협의를 열어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재난지원금, 카드 캐시백, 종부세 제도 개편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확정한 종부세 개편안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의 한 간부는 “모든 과세는 안정성을 위해 금액 기준으로 대상자와 세율 등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 안은 이 같은 조세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다른 간부는 “민주당 안은 기존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에 공청회 등의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완곡하게 반대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 표결을 통해 종부세 부과 대상 1주택자를 ‘공시가 9억원 초과’에서 ‘공시가 상위 2%’로 바꾸는 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종부세 공제액을 11억원가량으로 높이기로 했다. 부부 공동명의 기준 대상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가 꼽히자 종부세 감세안을 당론으로 정한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년 공시가격 발표 후 순위를 매겨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과세 방식”이라며 “조세는 법률에 명확히 정의돼 있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강진규/조미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