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시행령 매년 '땜질'…누가 얼마낼지 그때그때 정한다는 與
(1) 깜깜이 세금 된 종부세
여당 당론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자는 매년 6월 1일 결정된다. 그해 발표되는 공시가격이 4월께 확정되면 1주택 여부 등을 고려해 상위 2%를 가려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에 2%에 해당하는 공제액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에 대상자였다가 올해엔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반대의 사례도 적잖이 생긴다. 자신이 종부세 대상인지, 한 해 어느 정도를 준비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세제’가 탄생하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율로 과세하는 것은 다른 국가는 물론 한국 조세 체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2) 매년 시행령 개정 바람직한가
여당은 상위 2%가 매년 바뀌어 과세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매년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6월 1일 상위 2%에 해당하는 공시가격이 정해지면 이후 시행령 개정 절차를 거쳐 해당 연도의 종부세 대상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종부세법에는 ‘2%에게 과세한다’는 내용만 담고, 2%에 해당하는 금액은 매년 시행령을 통해 확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조세는 법률에 명시돼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해치는 방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표와 세율이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담기면서 정부가 이를 자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조세는 명쾌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3) 부부 공동소유는 어떻게 되나
상위 2%에 부부 공동명의 주택이 포함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에서 9억원을 제한 뒤 과세표준에 따라 종부세를 낸다.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각각 6억원의 공제를 받아 총 12억원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당이 1주택자의 공제액 상향과 같은 비율로 공동명의 주택의 공제액을 올린다면 7억~8억원 선에서 공제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경제권 인정을 확대하는 추세인 데다 정부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부부 공동명의 주택은 공시가격 기준 14억~16억원까지 종부세를 면제받게 된다. 이 주택은 상위 2%에 포함할지, 별도 계산할지가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4) 집값 떨어져도 세금 더 내야 할 수도
집값이 내려가도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는 1주택자의 주택 공시가격이 9억2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하락하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제액이 9억원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똑같이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민주당이 확정한 종부세 개편안이 적용되면 종부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 다른 집값도 함께 하락해 8억8000만원짜리 주택이 상위 2%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로선 집값이 떨어지는데 세금을 내야 해 반발이 일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5) 2 대 98 전략 정의로운가
종부세의 ‘징벌적 세금’ 성격이 크게 강화된다는 문제도 있다. ‘상위 2%’로 과세 대상을 명시하면서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 외에 종부세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종부세가 부동산 정책의 보조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과 아닌 사람을 2 대 98로 편 가르기 하면서 사회 통합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표심만 보고 종부세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겠다고 해 정부만 골머리를 썩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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