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를 선언한 한국씨티은행의 우량 고객을 둘러싸고 은행권의 물밑 쟁탈전이 치열하다. 방어에 나선 씨티은행은 대출 금리를 낮추고 고액 예금 금리는 높이는 파격을 선보인 데 이어 신용카드 혜택도 재정비하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소비자 이탈을 막으면서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매력을 두고 회의적인 분위기가 짙었던 인수전 초기와 달리 복수의 대형 금융지주들도 “최소한 예비실사는 해봐야 한다”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고객 쟁탈전…씨티는 몸값 올리기 총력

은행권, 매각 앞둔 씨티은행 우량고객 쟁탈전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한 시중은행은 씨티은행 지점 인근에 있는 PB(프라이빗뱅킹) 특화 영업점에 씨티은행 동시 거래 고객에 대한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PB 서비스를 받는 자산가 고객은 은행 여러 곳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씨티은행이 철수할 때를 대비해 이런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목표다. SC제일은행도 이날부터 첫 거래 PB 고객 전원에게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시작하며 VIP 고객 유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외국계 은행을 선호하는 고객에게 어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씨티은행은 영업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최대 과제는 ‘몸값 올리기’다. 씨티은행은 먼저 대표 ‘혜자카드’로 꼽혀온 ‘씨티 리워드’ 카드의 발급을 중단하고 혜택을 줄인 새 카드를 내놓기로 했다. 씨티 리워드 카드는 적립 한도 없이 결제액에 따라 일부 영역에서 4~20% 포인트를 쌓아준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큰 만큼 카드에는 손실이 컸다. 씨티은행은 이를 없애 막대한 충당부채를 줄이고 씨티카드의 인수가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신 혜택을 줄인 카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른바 ‘체리 피커’ 고객은 일부 떠날 수 있지만 씨티카드의 부채를 줄이는 게 더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씨티은행은 고신용자를 붙잡기 위해 지난달에만 신용대출 금리를 두 차례 내렸고 전문직 대상 금리도 0.05%포인트 인하했다. 1000만원 이상 고액 예금에는 최대 연 2%의 특별금리를 주는 특판도 진행 중이다. 연 1%가 안 되는 대부분의 정기예금 금리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인수전 관심 높을 것”

은행권, 매각 앞둔 씨티은행 우량고객 쟁탈전
씨티은행은 3일 이사회를 열고 매각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씨티은행은 최근 인수 잠재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인수 안내문)를 보내 수요 조사를 했다. 씨티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 방법이나 가격 등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소비자금융 부문을 한꺼번에 넘기는 ‘통매각’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매각 방식은 협의 과정에서 정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잠재 인수 후보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씨티카드 회원은 대부분 VIP 고객”이라며 “최소 대형사 두 곳에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가격 산정을 위해서는 일단 안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매각 방식은 그다음 논의해도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B금융지주 관계자도 “씨티은행의 자산과 인건비 구조를 일단 확인하기 위해 실사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퇴직금누진제를 비롯한 높은 고비용 인력 구조가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