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시작한 재산세 감경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에게 “재산세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면서 지자체에서 논의가 본격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오 시장과 일부 구청장이 의견을 모아 재산세 감경 방안을 정부에 함께 건의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늦어도 이달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구청장협의회에서 “지속적인 집값 상승과 세금 부담으로 시민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재산세 경감 방안을 건의하는 데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오 시장은 구청장들에게 1세대 1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 상한 기준을 현재 6억원(공시가 기준)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정부에 함께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재산세 감면 대상이 6억원 이하로 결정됐지만, 공시가격이 상승하면서 혜택을 받은 가구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감경 대상 상한을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일부 거론되고 있다. 재산세 감면 기준 상한선을 올리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법 개정을 해야 가능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재산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당시 회의 직후 SNS에 “서초구는 재산세를 환급할 준비를 마쳤다”는 글을 올렸다. 서초구는 지난해 10월 조례 개정을 통해 공시가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의 구(區)세분 재산세 50%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다가, 시로부터 재산세 감경 조례 집행정지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지자체 단위에서 재산세 부담을 낮추자는 움직임은 지난달 시작됐다.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가 공시가 산정 방안 개선을 주장한 게 신호탄이 됐다. 오 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다른 지자체장과 연대해 ‘엉터리 공시가’를 바로잡는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오 시장은 “공동주택 가격 결정 과정에서 지자체가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구청장은 더 고민이 필요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장 대다수가 여당이기 때문에 관련 건의에 앞장서는 것을 망설이는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재산세 경감 조치가 이뤄진다면 지방정부의 재정 보전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