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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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 추세가 국내 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유 가격이 투기적인 수요보다는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라 상승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가계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는 만큼 석유제품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상승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기만 할까? [정의진의 경제야놀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상승 추세인 국제유가가 국내 경제성장률과 물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지난해 4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20.4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올 4월 들어 62.8달러까지 상승했다.

KDI는 글로벌 원유 가격이 왜 오르는지에 따라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우선 유가가 글로벌 경기 개선(원유수요 충격)으로 인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다소 상승하더라도 수출 증가로 인해 부정적 요인이 일부 상쇄된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가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로 국제 유가가 10% 상승한다고 가정해 분석한 결과, 국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물가는 0.1%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상승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기만 할까? [정의진의 경제야놀자]
반면 △원유공급 충격 △미래 원유수급 불확실성에 의한 예비적 수급 충격 △투기적 충격 등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KDI가 예비적 수급 및 투기수요에 의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한다고 가정한 결과, 경제성장률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물가만 0.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소라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최근 유가 상승은 코로나19 위기로 급격히 위축됐던 수요가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OPEC+의 감산 등 원유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영향"이라며 "올해 평균 유가가 지난해 평균(42.25달러)보다 42.7% 올라 60달러가 된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0.7%포인트, 물가는 0.5~0.8%포인트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 상승은 석유제품 가격 상승분이 비석유제품 가격으로 얼마나 전가되는지에 따라 기업과 가계에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비석유제품으로 전혀 전가되지 않는다고 가정한 경우, 석유제품을 중간재로 이용하는 기업의 생산비용이 0.7%(17.5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송서비스 기업(3.2%)과 화학제품 기업(2.7%)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KDI는 분석했다. 가계 소비지출 부담은 0.3%(2.6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상승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기만 할까? [정의진의 경제야놀자]
반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비석유제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되는 경우 가계의 소비지출 부담이 1.2%(10.5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 구매력 감소분의 56.5%를 가계가 부담하는 셈이다. 이때 민간 기업의 투자 역시 0.9%(4.3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상승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기만 할까? [정의진의 경제야놀자]
천소라 연구위원은 "유가가 외생적 요인으로 42.7% 상승하는 경우 한국 전체 경제의 구매력이 1%가량 감소하며, 기업의 증가한 생산비용이 비석유제품가격으로 전이되는 정도에 따라 경제주체별로 불균등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으로 국제유가 충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고 기후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원유 제품 및 석유제품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