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실패 대표사례로 경영학 교과서 나올 판

남양 "코로나 억제에 효과" 홍보
식약처, 광고법 위반으로 고발
생산공장 두 달간 영업정지 위기

대리점 갑질 등 악재 10여년 지속
오너일가 막무가내 경영이 원인
작년 영업손실 771억…8년새 최악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로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영업정지 처분까지 당할 위기에 내몰렸다. 소비자들의 분노도 분출하고 있다. 2013년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여 만에 남양유업 불매운동 움직임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세종공장 2개월 ‘셧다운’ 위기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농업축산과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남양유업을 식약처가 지난 15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8조에서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거짓·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해당 제품을 생산한 공장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불가리스를 만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불가리스뿐만 아니라 우유와 분유, 치즈류 등 100여 개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제품의 약 38%를 책임지는 공장이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2개월간 이들 제품의 생산과 공급이 중단된다. 세종시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보내온 현장조사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른 시일 내에 영업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의 무리수가 자초한 일”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오너 일가에서 시작되는 남양유업의 고질적인 ‘톱다운’ 방식 의사결정 구조에서 찾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회사에서 일해본 사람이면 의약품이 아닌 식음료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누구나 알고 있다”며 “실무자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영업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영진의 무리한 판단이 자초한 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무리수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과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에 유포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홍 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논란까지 남양유업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업 차원의 리스크 관리 노력은 전무하다.

불가리스 연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남양유업 투자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남양유업 주가(보통주 기준)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28.68%까지 치솟았다가 전문가들이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자 5.13% 하락한 채 마감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한 뒤에도 하루가 지나고서야 원고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막무가내 경영으로 업계에서 남양유업은 기피 기업으로 낙인찍혔다”며 “홍보팀장을 비롯해 리스크 관리를 맡는 자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공석이 된 지 오래”라고 전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 다시 불붙어
불가리스 사태로 소비자들의 남양유업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양이 남양했다”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 “불매운동을 다시 시작하자”는 글이 이어졌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 바코드를 찍으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알려주는 앱인 ‘남양유없’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가리스 무리수'…業의 기본도 안 지킨 남양유업

수년째 이어지는 악재에 남양유업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2년 1조365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489억원으로 8년 만에 30.5% 감소했다. 2012년 637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8년 새 주가는 65.3% 급락했다. 시가총액 중 약 4600억원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시총이 175%, 영업이익이 225%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잊을 만하면 터지는 악재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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