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통합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 회장은 그러나 앞으로도 경제단체 통합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손 회장은 24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52회 정기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단체가 힘을 더 모으기 위해 통합해야 한다”며 “전경련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지만, 전경련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기업에 힘든 법안이 잇따라 통과됐고 그 과정에서 경제단체들은 무력했다”며 “경제단체들이 힘을 모으고, 기업 친화적인 정서를 만들기 위해 예전부터 이런 (통합)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도 정치권의 일방적인 규제 입법에 맞서기 위해 경제단체 간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경총은 노사관계 문제 외에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아우르는 조직 특성상 일부 현안에 대해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계 인사들은 경제단체의 힘이 약해졌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해결책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사자인 전경련도 경총과의 통합에 부정적이다. 경총은 노사관계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1970년 전경련에서 분리된 조직인데, 이를 다시 합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경제계 관계자들도 “합치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총은 고유의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 회장은 이날 “민간단체 중심의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러 경제단체와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쳐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같은 기관을 만들자는 의견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주장하는 경제단체 통합론의 진정성과 효과에 대해 경제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며 “단기간 내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