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9일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GDP가 462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이었던 2019년 4분기 GDP(468조8000억원)의 98.7%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업종별로 양극화 뚜렷하게 나타나

한경연은 2008년 4분기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1년만에 분기별 GDP가 위기 직전(2008년 3분기) GDP의 101.0% 수준을 회복했던 것과 비교하며 코로나19로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또 위기 직전 분기 GDP와 위기 발생 이후 GDP 최저치를 비교해 계산한 감소율로 충격 강도를 측정한 결과, 외환위기(-7.6%)가 가장 컸고 코로나19(-4.4%), 금융위기(-3.2%)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충격 회복에 걸린 기간은 외환위기가 6분기, 금융위기가 4분기였고 코로나19는 5분기째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업은 분기 GDP가 지난해 2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빠르게 반등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만에 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서비스업은 지난해 4분기 GDP가 코로나19 이전의 97.9%에 불과했다.
지난 17일 텅 빈 서울 명동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7일 텅 빈 서울 명동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비스업 타격 크게 받았다

한경연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해 국내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 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황이 빠르게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숙박·음식업과 교육, 문화 업종이 타격을 크게 받으며 작년 하반기까지도 뚜렷한 회복 양상을 보이지 못했다.

분기별 GDP는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증가하면서 도·소매업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

항목별로는 민간 소비의 'L자형'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은 작년 2분기 이후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경기 부진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93.4% 수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의 모습. /사진=뉴스1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의 모습. /사진=뉴스1

수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한경연은 1∼2분기만에 민간 소비를 회복했던 과거 경제위기 당시와 달리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확진자 수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의 반복이 소비 위축 장기화의 원인"이라며 "집단면역이 이뤄지는 올해 말까지 소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출은 지난해 2분기에 코로나19 직전의 82.8%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4분기에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경연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빠르게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미국 등 주요 소비시장의 경제활동이 작년 하반기부터 재개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