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사진)이 사의를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경제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과 올해 초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을 잇따라 강행처리하자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경제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최근 손경식 경총 회장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오는 17일 회장단 회의와 24일 총회 등을 열어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류기정 경총 전무,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경제단체가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며 “김 부회장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여당이 지난해 12월 노조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직후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법 개정안에는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해고자가 노조 활동을 하면 ‘정치 파업’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여당은 이런 목소리를 사실상 외면했다. 경제계는 사용자의 파업 방어권을 보장하는 제도라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당은 올 들어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도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여당은 처벌 하한선을 새로 만드는 등 형량을 더 높였다.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상법·공정거래법 등 경제 관련 법안을 논의할 때도 소외됐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경총을 찾아가 기업인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경제계의 요구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기업 규제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자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우는 법안이 처리된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주변에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