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6.8%로 정했다고 밝혔다. 월별 정액 임금과 상여금의 매월 분할액을 더해서 산출하는 ‘월 고정임금 총액 기준’으로는 월 25만6199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 연맹과 단위 노조가 임금 교섭에서 자료로 쓰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임금요구안...한국노총만 올해 6.8% 제시
한국노총은 매년 전년도 물가 상승률과 자체 조사한 표준생계비를 기준으로 임금인상 요구율을 산출한다. 지난 2017년 이후 4년간 요구율 7.5%~9.2% 수준을 고려하면 낮아진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이 반영된 거로 보인다.

노사 단체는 매년 임금 교섭 시 사용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지만 이제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2019년까지는 매년 임금인상 요구안을 제시해 왔다. 산출 방식은 한국노총과 비슷하게 표준생계비를 반영했다. 전년도 물가 상승률에 경제성장률과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치를 합해서 정하는 인금 인상률 요구안은 표준생계비의 70~80% 수준으로 2017년 7.4%, 2018년 7.1%, 2019년 6.0%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매년 임금조정 권고를 내고 회원사들이 임금 교섭때 사용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17년은 동결, 2018년은 2.0% 인상을 제시했다.
기업ㆍ근로자간 임금 천차만별... 일률적인 인상 요구 의미없어
이 같은 임금 가이드라인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추세다.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는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고 ▲한국노총, 통계청 생계비와 차이가 크고 ▲민주노총 산하 가맹 조직별 임금 수준이 상이하기 때문인 거로 알려졌다. 임금 수준이 기업과 근로자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서 대기업 중심의 일률적인 임금인상 요구안을 제시할 경우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경총 역시 2019년부터 임금 가이드라인을 내지 않고 있다. 기업별 실적 격차가 커지고 임금체계가 연봉제로 바뀌는 가운데 일률적인 가이드라인 제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총의 임금 가이드라인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전국 단위 노사단체가 임금 교섭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