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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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이 노동조합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기업들의 반대에도 강행처리하자 이를 책임지기 위해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퇴진은 경제단체가 입법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치권의 '기업 패싱'이 계속될 경우 기업인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경제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최근 손경식 경총 회장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경총은 오는 17일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부회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여당이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졌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해고자가 노조 활동을 하게 되면 '정치 파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정부여당은 이를 외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담은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면 해고자 노조 가입 등을 금지한 기존 노조법과 충돌하기 때문에 법을 고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노조법 개정을 강행하려 하자 경제계는 사용자의 파업 방어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측에만 적용되는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을 노사 모두에게 적용시켜 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여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여당은 올 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도 밀어붙였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도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다는 지적이 많은데, 형량을 더 높인 법안이다. 경제단체들은 노동법안 외 상법·공정거래법 등 경제 관련 법안을 처리할 때도 '패싱'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총을 찾아 기업인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실제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경제계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경총 등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국회를 방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부회장은 측근들에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조법 등 반기업 법안이 통과되면 내가 사표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했는데, 이러한 저항도 결국 무의미해졌다"며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우는 법안이 처리된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가장 절실하다"며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