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연초 '자금 대이동'

작년 130조 늘었던 요구불예금
올 들어 은행서 대규모 이탈
은행 "하루 兆단위 증권사 이동"

작년 11월 통화량 3190조
한은, 전년대비 9.4% 늘어나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새해 들어 12일 만에 22조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이란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예금으로 대표적인 ‘부동자금’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탈 자금의 상당액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다”고 전했다. 새해 증시 활황이 이어지면서 ‘머니 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간 5대 은행에서만 22조원 이탈
'머니무브' 가속…요구불예금 12일새 22조원 이탈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44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31일(631조1380억원)과 비교하면 단 12일 만에 22조6949억원 줄었다. 구체적으로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서 16조4584억원 감소했다. 자산가 및 법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MMDA 잔액도 6조2365억원 줄었다. 은행 지점 관계자는 “개인들뿐만 아니라 거액 자산가나 법인이 예정된 자금 수요에 맞춰 가입하는 MMDA가 줄어든 것은 이들이 돈을 묶어두는 대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떠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실물경기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폭등한 증시 말고는 이런 자금 대이동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130조264억원 불어났다. 2019년 말 잔액(501조1116억원)의 5분의 1이 넘는 돈이 1년 새 유입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몰린 영향이었다.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은 최근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 7, 8일에는 1조원 이상이 수시입출금식 계좌에서 증권사로 이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쌓인 막대한 자금이 ‘황소장’에 한꺼번에 올라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요구불예금뿐만 아니라 은행 예·적금 잔액도 2조원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증시에 뛰어드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 여신담당자들과 화상회의를 연 이유도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은행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자금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도, 조정을 뚫고 증시를 끌어올릴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 3200조원
한국은행은 이날 지난해 11월 말 시중유동성(통화량·M2)이 3190조796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73조3576억원(9.4%)이 더 풀렸다는 의미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같은 단기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통화지표를 말한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풀린 현금의 회전율이 낮아졌고, 은행에 돈이 쌓이는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M2 가운데 현금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MMDA·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단기자금의 지난해 11월 잔액은 1821조7857억원이었다. 작년 9월 1847조5217억원, 10월 1809조8362억원 등 단기자금 규모는 들쑥날쑥했다.

김대훈/김익환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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