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가 제공하는 넓고 쾌적한 방에서, 안락한 의자에 앉아 향기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빳빳한 종이에 인쇄된 자산관리 보고서를 읽어보는 호사는 어지간한 재력을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산관리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적은 돈을 맡기고도 내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확인하고 어떻게 굴려달라고 주문할 수 있다. 은행과 핀테크업체들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접근 가능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다.

자산관리 앱의 대표주자인 뱅크샐러드는 은행 계좌 잔액과 카드 지출 내역은 물론 연금 자동차 부동산 투자 대출 보험 등을 모두 관리해준다. 뱅크샐러드 앱은 첫 화면에서 보유 현금에서 대출액을 뺀 순자산을 보여준다. 이에 따른 신용등급과 점수도 실시간 변동사항을 보여주고 신용점수를 올리기 위한 방안도 추천해준다. 보유 금융상품과 지출 내역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나이와 가족력 등을 입력하면 맞춤형 보험 상품도 추천해준다.

뱅크샐러드는 의료 공공데이터가 개방되면 건강검진 결과를 자동으로 연동해 이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뱅크샐러드는 단순한 가계부 형태의 자산관리를 넘어서 ‘생애주기 맞춤형’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오는 8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행에 앞서 데이터 과학자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잇따라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편해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오픈뱅킹이 시행되며 타행 자산 조회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쏠’에서 ‘마이자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선택한 목적에 따라 자금을 안정적으로 모을 수 있도록 적립식 포트폴리오 조합을 제안해준다. ‘내 차가 필요해’를 선택하면 3년간 2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적금과 채권형 펀드 등을 조합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국민은행은 ‘KB마이머니’라는 별도의 자산관리 앱을 지난달 22일 개편해 출시했다. 다른 은행과 카드·증권·보험 등 다양한 자산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 전 금융회사의 전체 자산 증감을 한눈에 확인하고 소비패턴을 진단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도 지난 3월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한 달 만에 200만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카카오페이 자산관리는 기존 ‘통합조회’ 서비스에서 보험과 차량 정보 조회 등을 추가하고 지출 내역 분석을 고도화한 서비스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