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가리키는 소비자심리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향후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대답한 가계가 늘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0.8로 전달보다 7.6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67.7) 후 최저치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 지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도시 2342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전달 대비 7포인트 하락한 31을 기록했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 지수는 3포인트 내린 59로 나타났다. 두 지수 모두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 씀씀이를 얼마나 늘릴지를 보여주는 ‘소비지출전망’ 지수는 6포인트 내린 87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의 집값 전망을 나타낸 ‘주택가격전망’은 16포인트 하락한 96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93) 후 최저치다. 낙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내려갈수록 1년 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가계가 그렇지 않다는 가계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망도 촘촘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는 물론 기업들의 체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중소기업의 절반가량(47.4%)이 지난 1분기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22~24일 수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조사한 결과다. 이달 이후 수출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중소기업은 전체 열 곳 중 여덟 곳(78.7%)에 달했다.

김익환/안대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