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의 코로나19 병동(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의 코로나19 병동(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분기에 진정돼도 세계 경제에 전례없는 큰 충격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장기화하면 취약국가의 재정 위기나 외환위기로 이어져 국제금융시장 불안 정도가 깊어지면서 세계 경제 충격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2일 해외경제 포커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전염병 확산이 올해 2분기중 진정되더라도 이번 사태는 세계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버금가는 수준의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아시아 독감과 홍콩 독감이 모두 2차 확산으로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과거 사례처럼 2차 확산으로 진행될 경우 올해 중에는 주요국의 경제활동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아시아 독감은 1957년 9월 1차 확산을 시작해 3개월간 지속했다가 이듬해 초 사망자가 다시 급증하는 2차 확산기를 맞았다. 1968년 7월 홍콩에서 발생한 홍콩 독감도 1969년 4월부터 글로벌 확산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가 그해 말 북미와 유럽에서 재발해 1970년 초중반까지 국지적으로 지속했다.

과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에도 사태 발생부터 종료까지 1~2년 정도 소요됐다. 아시아 독감 때 미국의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등 주요 감염 확산국들은 시차를 두고 1~2분기 정도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벨기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벨기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코로나19의 경우 파급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 팬데믹 당시에는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확산 속도가 느린 편이었지만, 지금은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연계성 강화, 도시화·정보화 진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고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실물 부문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나 대외 건전성이 취약한 국가의 재정위기 및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하고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신흥국 기업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실물 부진 장기화가 '채무상환능력 악화 → 신용리스크 확대 →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등의 국가들은 교역 축소에 따른 충격도 크다는 추측이다.

보고서는 "하반기중 주요국의 경제 활동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겠으나,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면서도 "2차 확산이 나타나면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