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구박 받은 국내 제조업…코로나 극복 도운 숨은 영웅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사진)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잘 이겨내고 있는 배경을 분석했다. 특히 국내 제조업체와 제조업 종사자들을 우리 경제의 숨은 영웅으로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김 차관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한국 경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의료진과 온 국민이 합심해 메디컬 위기 극복의 터널 끝에 와 있다”며 “메디컬(의료) 위기에 수반되는 실물경제 충격도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진단했다.

김 차관은 그 이유를 한국 경제의 특성에서 찾았다. 그는 “이번 충격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왔는데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서비스업 의존도가 낮다”며 “인적 교류 제한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관광산업 비중이 한국은 3%로 유럽 등 주요국 대비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차관은 ‘마스크 대란’을 극복한 뒤의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경제가 성장해 임금이 상승하고 일손이 부족할수록 공장을 국내에 두기란 사실 쉽지 않다”며 “국내에 공장이 100여 개 있어서 그나마 마스크 문제도 이 정도로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고 썼다. 또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공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때는 나도 공장과 축사 거대 창고가 거주지와 너무 가까이 있어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며 “왜 우리는 유럽 도시같이 깔끔하고 엄격하게 도시계획을 못 할까 아쉬워하면서 무슨 보증을 10년씩 해주며 중소기업을 연명시켜주나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고 했다.

김 차관은 “어쩌면 환경이나 입지 규제를 조금씩 어기거나 보증을 졸업해야 한다는 구박을 받아가며 어떻게든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영위해 온 수십만 제조회사와 종사자들에게 한때 내 짧은 생각을 반성하며 여러분이 우리들의 숨은 영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