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 1월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르노삼성 노조.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 1월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르노삼성 노조.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가운데,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가 내부 노조원 갈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위축세를 보이는 가운데 1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노사·노노 갈등마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4년 만에 선보인 신차 XM3는 1만대 계약을 돌파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XM3가 반짝 흥행이 아닌 신흥 강자로 자리 잡으려면 르노삼성 노사가 합심해 불량없는 차량을 원활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신차 생산에 눈에 띄는 차질은 없지만, 르노삼성 구성원들은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차량 판매가 감소세인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는 한 달 전(100.0)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9.6으로 집계돼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차량 판매량도 줄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산차의 국내 판매는 9만8755대를 기록하며 2013년 2월 이후 6년 11개월 만에 10만대 이하로 떨어졌고 2월에는 더 감소한 8만1064대에 그쳤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르노삼성 본사에서 르노삼성 노조가 금속노조와 함께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르노삼성 본사에서 르노삼성 노조가 금속노조와 함께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 XM3 흥행 성공…지속 관건은 '노사관계'

르노삼성 노조는 2018년부터 전면·부분 파업을 반복해왔다. 공장이 멈추는 일이 잦아지며 르노삼성의 판매 실적도 점차 하락했다. 파업 여파로 북미 수출용 로그 위탁생산이 감소됐고, 올해 들어 연장 없이 종료됐다. 현재는 파업 등의 여파로 밀린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도 꼴지로 밀려났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량은 8만6859대로 4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국GM에도 밀리며 5위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보인 XM3가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국내에서 XM3를 4만대 판매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 10만대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노사 갈등은 여전하고 최근에는 노노 갈등까지 발생하고 있다. 르노삼성과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도 타결하지 못했다. 올해들어 이뤄진 협상에서도 노조 집행부는 8%대 기본급 인상을 골자로 한 초기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으며, 지난해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의 임금을 전액 보전하라는 요구를 추가했다.

르노삼성은 그룹 내 인건비가 가장 높아진 만큼 기본급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참가자의 임금 역시 지급할 수 없다며 맞섰다. 다만 사측은 공헌수당을 신설해 고정급 인상 효과를 내겠다고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를 거부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단협 타결이 한없이 늦어지고 금속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선언마저 나오자 르노삼성 노조원들이 집행부를 가로막았다. 지난 10일 노조 대의원 9명은 성명서를 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속한 임금협상 마무리"라며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는 노조 집행부에 경고를 보냈다. 성명서 이후 대의원 3명이 추가로 뜻을 같이했다.

11일 르노삼성 영업부문 사원대표위원회도 노조 집행부의 행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원대표위원회는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면 파업은 왜 했느냐"며 "영업에 준 타격과 손실은 따져봤느냐"고 노조 집행부를 비판했다. 이어 "임금협상을 볼모로 체제전환을 하려는 속내인가"라며 "(회사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노사관계"라고 꼬집었다.

이어진 비판에 노조 집행부는 "XM3 고객 인도와 성공 출시를 위해 당분간 단체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자신들이 집행부로 당선된 이상 금속노조 가입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단협도 평행선이 지속되고 있다. 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셈이다. 단일 생산라인을 보유한 르노삼성 공장 특성 상 노조 집행부가 일부 공정 파업을 단행하면 전체 생산이 멈추게 된다. 지난해 파업에서는 노조원의 약 25%가 동참한 바 있다.
지난 1월 경기 평택시 쌍용차 본사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는 복직자 46명.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경기 평택시 쌍용차 본사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는 복직자 46명. 사진=연합뉴스
◇ 쌍용차에 드리운 '옥쇄파업' 그림자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무분규를 유지한 쌍용차에도 갈등의 싹이 트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9월과 12월 실시한 자구노력을 통해 임금 반납, 사내복지 축소 등의 조치에 앞장선 바 있다. 교섭권을 가진 기업노조는 여전히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10년 전 옥쇄파업 사태를 주도했던 복직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쌍용차 옥쇄파업은 2009년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명이 정리해고되자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약 76일간 쌍용차 노조원들이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 평택 공장을 점거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공장에 있던 쇠파이프와 볼트 등은 자동차 부품에서 무기로 돌변했고, 도장용 시너와 페인트는 폭탄이 됐다. 쌍용차 비해고 직원들도 공장에 진입을 시도하며 맞섰고 이 과정에서 흥분한 직원들이 일반 시민과 장애인 등을 집단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던 중 대테러장비를 사용한 경찰특공대가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파업이 끝났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014년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적합하다며 쌍용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사태가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이 컸고 경찰 진상조사위도 당시 경찰의 진압작전이 과잉진압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결국 2018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쌍용차에 따르면 쌍용차 사측과 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4자는 해고자 119명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쌍용차 해고자는 지난해 7월부로 전원 복직이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유급휴직에 있던 마지막 복직자들에 대한 부서배치 계획이 발표됐다.

쌍용차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복직자들로 구성된 소모임은 회사를 비판하는 선전물을 배포했다. 2016년 티볼리 플랫폼을 마힌드라에 헐값으로 넘겼고 이제는 코란도 플랫폼을 같은 방식으로 넘기려 한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결국 쌍용차의 수익이 악화됐고, 경영악화의 책임은 사측과 노조에 있다는 주장이 붙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사의 유급휴직 결정을 비판하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사의 유급휴직 결정을 비판하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사진=연합뉴스
쌍용차는 티볼리 플랫폼은 개발비보다 더욱 비싼 값을 받고 팔았다는 입장이다. 코란도 플랫폼 매각에 대해서도 "논의된 적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업계도 티볼리 플랫폼 매각 덕분에 적자만 내던 쌍용차가 2016년 흑자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금속노조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내부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노조원은 "(복직자들은) 회사가 힘들어 노사가 고통을 나누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만 주장하더니 이제는 없는 사실까지 지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옥쇄파업을 주도했던 복직자들은 지난해부터 쌍용차와 갈등을 빚고 있다. 쌍용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마지막 복직자 46명에 대해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쌍용차는 기존 직원들도 순환휴직을 시행하고 있으며, 남은 임직원들도 성과급과 격려금 200%를 반납했다. 임원을 대상으로는 20% 규모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하지만 복직자들은 현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유급휴직 조치에 반발하는 '출근투쟁'을 벌였다.

이에 쌍용차는 5월 부서배치를 약속했지만, 복직자들은 "부족하고 부당한 일방 발표"라고 폄하했다. 이어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기존 자구안을 문제삼았다. 부서배치를 수용한 이유로도 "46명 전체가 현장으로 들어가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자동차 업계도 피해가 예상된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갈등과 분열은 위기를 더욱 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실적악화 뻔한데…르노삼성·쌍용 다시 '노노 갈등'』 관련 정정보도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3월 17일 『실적악화 뻔한데…르노삼성·쌍용 다시 '노노 갈등'』의 제목으로 자동차 업계 내 노조 갈등을 보도하면서, 쌍용자동차의 이른바 옥쇄파업 당시 쌍용차 노조원들로부터 일반 시민 등이 집단폭행당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쌍용차 옥쇄파업 노조원들이 일반 시민과 장애인을 집단폭행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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