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끼, 깔, 구미….

외계어 같지만 동대문 밤 시장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서로를 ‘삼촌’과 ‘이모’로만 부르며 이 같은 은어로 몇 마디를 나누다 보면 2~3분 안에 거래가 끝난다.

새벽시장에선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 순간 얼뜨기 취급을 당할 수 있다. 가격 대신 ‘단가’라는 용어를 쓴다. 옷 색상도 ‘깔’이란 줄임말을 쓴다. 디자인 하나에 모든 사이즈를 사거나 색상 전부를 사는 건 ‘구미(묶음)’라 부른다. 옷의 세부적인 부분도 각자 다른 이름이 붙는다. ‘다이마루(원단종류)’ ‘탕(원단 색상)’ ‘큐큐(큰 단추)’ ‘나나인찌(작은 단추)’ 등이다. 고른 옷은 봉지 사이즈에 따라 ‘대봉’ ‘중봉’ ‘소봉’으로 나눠 담는다.

도매상들은 거래를 마치고 나서 영수증으로 ‘장끼’를 끊어준다. 기계로 출력하는 매장도 있지만 대체로 간이 영수증 양식지에 손으로 작성한다. ‘나오시(불량품)’가 나오면 환불 영수증인 ‘매입 장끼’를 발행해준다.

하루에도 수천 장이 발행되는 장끼는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이다. 거래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입삼촌은 물건만 받아오는 게 아니라 값도 치른다. 경쟁이 치열해져 ‘대납’해주는 삼촌이 늘어났다.

샘플을 산 뒤 제품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파스’라 부른다. 약속한 날 도매상을 찾았을 때 물건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 ‘미송’을 잡는다. 미송은 제품이 미리 나오기 전에 결제하거나, 봉제공장에서 나온 물량이 부족할 때 다음 재고를 찜하는 걸 일컫는다. 별도로 사입삼촌들 사이에서 쓰는 말로 ‘빨’이 있다. 연령대별로 인기있는 상가를 부르는 말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