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동안 언급을 삼가왔던 ‘소득주도성장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 3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3분기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것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가계소득 동향상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는 아픈 대목이었다”면서도 “올 2분기부터 좋아지는 조짐을 보였고 3분기에는 가계소득과 분배 면에서 좀 더 확실히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고령화 추세 등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도 1분위 소득이 늘어난 데 대해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영업 업황 부진으로 사업소득이 감소한 것과 관련해선 면밀한 분석과 함께 기존 대책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과 함께 3대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인 소주성을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당시 참석자였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소주성 정책에 대한 의지 표명을 요청하자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은 상당히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며 “대체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도 이날 통계청 지표와 관련해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지난 2분기 시현되는 조짐을 보여줬고 이번 3분기에는 본격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득분배 여건 개선에는 최근 고용 회복과 함께 정부 정책 효과가 비교적 잘 작동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고위 경제관료들은 한동안 소주성이란 단어 사용을 삼가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부작용이 커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체감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소폭 증가한 일부 지표만 보고 ‘소주성 정책의 효과’를 다시 언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