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씀씀이는 커져 카드 긁은 돈만 5조
올 3분기 한국 국민의 해외 카드 사용액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가계 빚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런 씀씀이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3분기 우리나라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신용·체크·직불카드 합계액이 47억4000만달러(약 5조6560억원)에 달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46억4600만달러) 대비 1.9% 늘어난 금액이다. 올 2분기(0.1%)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증가세다. 해외 카드 사용액은 우리 국민이 해외 관광 때 쓴 카드 금액과 해외 쇼핑몰에서 결제한 금액을 모두 합해 산출한다.

한은 관계자는 “관광객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줄어든 반면 해외 직접 구매액은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712만 명으로, 작년 3분기(724만명)보다 12만 명 줄었다.

여행객이 감소했지만 해외 직구(직접구매)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기록을 보면 3분기 해외 직구액은 842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958억원)보다 21.0% 증가했다.

가계 빚 부담이 커지는 만큼 해외 씀씀이 증가세는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52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9%(58조8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2004년 2분기(2.7%) 이후 15년 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 새마을금고,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돈은 물론 결제 전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인 가계 빚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졌지만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가 높은 수준이어서 가계의 빚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명목 기준금리-근원물가 상승률)는 연 0.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터키(연 5.2%)와 멕시코(연 4.25%) 다음으로 높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