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 후폭풍 확산

1~2년차 합산연차 15→26일 확대
1년차에 11일…못쓴만큼 수당 줘야
서울 대학가에서 직원 5명과 함께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7월 고용한 직원으로부터 최근 생각지 못한 요구를 받았다. “작년에 못 쓴 연차 11일치에 해당하는 99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노무사에게 문의했더니 “지난해 5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직원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2년차 직원에 전년도에 못쓴 11일치 연차수당 주라니…최저임금에 연차수당까지 두 번 우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새로운 비용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1, 2년차 직원에 대한 연월차 산정 기준 변경이 자영업자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업종이든 5인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면 개정된 법 조항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1년차 직원에게 11일, 2년차 직원에게는 15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년차 직원은 15일 중 1년차에 사용한 연차휴가를 뺀 날짜만큼 쉴 수 있다. 1년차 때 휴가를 5일 다녀왔다면 2년차에 사용할 수 있는 연차는 10일이 된다. 연차는 1년 근무에 따른 보상으로 주어지는 만큼 원칙적으로 1년차에는 연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2년차에 쓸 연차를 1년차 때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법 개정으로 1년차에 연차를 얼마나 사용하든 2년차에는 15일을 쉴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전이라면 A씨의 직원은 2년차인 올해 15일을 쉬는 것으로 1, 2년차의 연차가 소진된다. 그런데 법이 바뀌어 올 연차 15일과 별도로 지난해 11일의 연차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이 지난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29%) 등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법 개정에 따른 갑작스러운 비용 증가를 감당할 자영업자가 많지 않다. A씨는 “불경기로 월 매출이 700만원을 밑돌 때가 많아 연차수당 99만원을 지급하려면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자영업자가 법 개정 사실을 알고도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한 노무사는 “상담하다 보면 ‘도저히 지급할 사정이 안 된다’며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업주가 많다”며 “그냥 ‘최대한 쉬는 날을 많이 주라’는 정도로만 당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무겁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을 경영난에 빠뜨린 것도 부족해 교도소 담장 위에까지 세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라며 “1년차에게도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차사용촉진제도는 1년에 두 번 사용자가 연차 소진을 서면으로 안내하면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2년차 이상에게만 적용돼 왔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년간 29% 오른 최저임금의 여파로 올해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고인 1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임금체불액은 1조112억원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조6472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임금체불 신고도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영세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년간 임금체불 관련 진정이 세 차례 이상 신고된 사업장(2800여 곳)의 85.9%는 3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