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채권과 주식, 원화 등 한국 금융자산을 줄줄이 팔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권에 놓인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결과다.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원화 가치 하락)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韓 금융시장서 돈 빼는 외국인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자금은 3억1000만달러(약 3750억원) 순유출됐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올해 2월 이후 5개월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최근의 원화 가치 급락이 외국계 채권투자자금 순유출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7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5.0% 떨어졌다. 세계 13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가치 하락폭이 큰 것은 아르헨티나 페소화(-6.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6.3%)뿐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도 10.4% 떨어졌다. 미국 다우존스(-2.2%), 영국 FTSE100(-3.1%), 러시아 MOEX(-3.3%), 일본 닛케이225(-3.6%), 인도 센섹스(-6.9%)를 비롯한 15개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낙폭이 가장 컸다. 한국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도 외국인이었다. 지난달에는 국내 증시에 2조1040억원 규모의 외국계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이달 들어 7일까지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1조13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계 자금이 대거 빠지기 시작한 이달 1일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고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이다.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도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9년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105.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낮아졌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 공급한 제조업 제품의 수량을 나타낸다. 이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내수 경기가 그만큼 꽁꽁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지난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누적 기준 마이너스(-0.8%)를 기록한 이후 올 들어 줄곧 내림세다.

김익환/성수영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