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분배는 중시하면서 성장은 소홀히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1882달러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연평균 258달러, 박근혜 정부에선 814달러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덧붙였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문재인 정부는 더불어 잘사는 ‘사람중심 경제’를 지향한다”고도 했다.

노 실장은 1인당 GDP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민 경제가 보수정권 때보다 더 빨리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비전인 사람중심 경제를 다른 정부보다 잘 구현했다고도 했다. 사람중심 경제는 국민의 ‘소득’과 ‘살림살이’를 개선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국민의 소득과 살림살이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노 실장이 제시한 1인당 GDP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다. 1인당 GNI는 국민이 1년 동안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이다. 한 나라의 국민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1인당 GDP는 1년 동안 한 나라 영토 안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총액을 인구로 나눈 값이다. GDP는 국가의 경제력을 나타내지만 국민의 생활 수준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각 정부의 1인당 GNI를 비교하려면 착시 효과를 제거해야 한다. 통계를 측정하는 기준연도와 환율 효과 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연간 GNI는 원화로 먼저 계산한 뒤 달러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적용 환율은 산출 연도의 평균치를 적용한다.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GNI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달러 착시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선 원화를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기준연도 역시 정확하게 봐야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국민계정의 발표 기준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으로 바꿨다. 원래 기준연도는 5년마다 변경된다. 매년 GDP를 계산할 때 추정치로 반영하던 일부 항목을 기준연도 변경 때만 전수 작업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국민 계정이 좋아지는 효과가 생기는 게 보통이다. 지난달 기준연도를 변경하면서 2018년 GNI·GDP가 잠정치 대비 한꺼번에 증가했다.

국민계정 변경 및 환율 효과를 제거하면 문재인 정부의 국민소득이 보수정권 때보다 나아졌을까. 기준연도를 2010년으로 설정하고 원화로 환산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GNI는 연평균 118만5000원 늘었다. 박근혜 정부 때(88만600원)보다 많지만 이명박 정부 때(127만1400원)보다는 적다. 수출·투자 부진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 정부의 연평균 1인당 GNI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익환/박재원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