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2%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안을 최저임금위원회에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5.8%)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인상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당초 ‘동결’이나 -1% 안팎의 요구안을 염두에 뒀지만 최근 2년간의 최저임금 급등으로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노동계가 전날 19.8% 인상 요구안을 제출하자 경영계도 요구 수준을 높였다.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8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 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으로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보다 4.2% 낮은 시급 8000원을 제출했다. 경영계는 당초 최저임금 ‘동결’을 유력하게 거론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되자 경영계 위원 상당수가 마이너스 인상안을 내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도 최저임금 인하를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1% 오르면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무려 311만 명(전체 임금근로자의 15.5%)에 달했다.

경영계 제시안은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9.8% 오른 1만원(월 환산액 209만원)을 요구한 노동계에 맞대응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노사 양측이 내놓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격차가 큰 만큼 결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전날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원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인공예협동조합,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중소기업인은 가족으로 직원을 대체하고 사업 규모를 줄였으나 여의치 않은 일부 기업은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근로자 평균임금과 소상공인 평균소득의 격차 해소 문제는 왜 이슈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저임금위 경영계 위원 가운데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위원들도 이 같은 이유로 이날 합류를 최종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우려는 여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앞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률 그 자체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에 일방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김진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