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등 2013년 투자해 만든
성장사다리펀드의 子펀드
자본시장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돕기 위해 한국성장금융이 2013년 조성한 ‘재기지원펀드’ 출자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다다랐다. 당시에 조성된 3개 펀드 중 2개는 대부분 투자 회수가 끝나고 조만간 청산할 예정이다. 5년여간의 투자 활동을 통해 채권은행이 아닌 자본시장 주도 기업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재기지원펀드는 산업은행 등이 출자해 만든 성장사다리펀드의 자(子) 펀드다. 전체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및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사후적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SG-케이스톤, 재영솔루텍 등으로 ‘대박’

재기지원펀드 5년여…자금난 기업에 '생명줄'

SG PE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630억원 규모로 조성한 ‘재기지원 기업재무안정펀드’는 펀드 청산에 가장 근접해 있다. 총 7개 기업(사후적 구조조정 기업 3곳 포함)에 투자했다가 6개는 회수까지 완료했고, 1곳(에이에스에이전주)만 42억원 규모 회수를 앞두고 있다. 올해 청산이 유력하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처는 코스모그룹이다. 옷이나 종이를 밝게 하는 백색안료 이산화티타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코스모화학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부실을 겪고 있었다. SG-케이스톤은 경영권을 인수한 뒤 온산공장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거쳤다. 이산화티타늄 시세가 오르면서 2017년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 초 기존 대주주인 허경수 회장에게 경영권을 되팔고 나머지는 시장에 매각해 회수를 마쳤다.

또 다른 투자회사 재영솔루텍은 휴대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자동포커스(AF)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다. 환율 관련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투자했다가 670억원의 손실을 입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SG-케이스톤은 2015년 8월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 120억원어치를 사들여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게 도왔다. 이후 재영솔루텍은 베트남 하노이에 생산공장을 설립했고, SG-케이스톤은 2017년 전환상환우선주(RCPS) 60억원, CB 6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재영솔루텍은 2018년 매출 1286억원에 영업이익 31억원을 올려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나우IB, 우양에이치씨 등 IPO 추진

재기지원펀드 5년여…자금난 기업에 '생명줄'

나우IB가 만든 ‘나우턴어라운드성장사다리펀드 1호’의 경우 500억원 약정금액 중 3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전체 11개의 투자건 가운데 대부분(8건)이 사후적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은 회생절차에 들어가 있던 플랜트 설비 기업 우양에이치씨다. 2016년 회생절차 기업에 신규 자금을 대여하는 DIP(debtor-in-possession) 파이낸싱을 제공한 데 이어 재기지원펀드와 별도로 프로젝트펀드를 설립해 1200억원에 회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하홍철 나우IB 상무는 “회생절차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고객사의 신뢰를 받고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쓰러진 경쟁사가 많아 경기가 좋아지면 턴어라운드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엔 영업이익 40억원도 냈다. 그는 “2~3년 후에는 재상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우IB의 또 다른 투자처는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의류 생산업체 국동이다. 이 회사는 재무상황이 나빠져 중소기업 대상 워크아웃인 ‘중소기업패스트트랙’에 들어간 뒤로 수주는 계속됐지만 기존 금융회사가 거래를 꺼리면서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가 막혀 있는 처지였다. 2014년 10월, 2016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나우IB 주도로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 투자를 받은 뒤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울 수 있었다. 2016년 6월 말부터 정상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진-에버베스트, 82% 투자 완료

‘유진자산운용-에버베스트 기업재무안정 턴어라운드펀드’는 2015년부터 투자했기 때문에 아직 투자기업을 찾는 단계다. 이달 초 기준 약정액 1400억원 가운데 82%가량 투자가 완료됐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은 2017년에 투자했던 자동차 부품회사 한주금속이다. 중소기업패스트트랙에 들어가 있던 이 회사에 유진-에버베스트는 두 차례에 걸쳐 CB와 RCPS로 120억원을 투자했다. 서형준 유진자산운용 본부장은 “주주 중에 일본 도요타의 자회사 중앙전기가 포함돼 있는 등 글로벌 생산 구조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화장품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킨푸드에 50억원의 DIP 파이낸싱을 제공하기도 했다. 구본용 에버베스트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중국 내 판매 허가권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원재료를 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스킨푸드는 최근 파인트리파트너스에 1770억원에 매각됐다.

구 대표는 “재기지원펀드를 운용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 가운데 적절한 도움만 주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은/황정환 기자 se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