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사업 '사이즈 키우는' 패션업계
명품·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
신발 사업 경쟁적 확장나서
조연에서 주연으로…'신발의 시대'가 왔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올초 출시한 ‘디워커’ 등 ‘버킷’ 시리즈 신발은 3개월 만에 총 10만 켤레가 팔렸다. 회사도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이 브랜드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을 신발 전용 팝업스토어로 바꾸고 후속작을 내놓기로 했다.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휠라는 2016년 신발 ‘코트디럭스’로 부활했다. 이어 지난해 ‘디스럽터2’ ‘레이’ 등을 히트시키면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구찌의 매출 증가를 이끈 것도 신발이다. 패션의 변방에 있던 신발이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왔다.

‘패피’ 필수품 된 신발

신발을 패션의 중심으로 불러들인 것은 럭셔리 브랜드들이다. 2016년부터 골든구스의 슈퍼스타,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등 100만원 안팎의 신발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7년엔 ‘패피’(패션피플)들 사이에선 명품 신발 한 켤레쯤 갖고 있어야 패셔니스타 소리를 듣게 됐다. 발렌시아가의 스피드러너, 구찌의 스니커즈, 메종마르지엘라의 워커 등이 베스트셀러로 올라섰다. 신발이 패션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 된 셈이다.

해외 패션 브랜드들도 신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스텔라매카트니의 인기 슈즈 ‘엘리스’는 올해 속이 들여다보이는 PVC 재질로 출시됐다. 모두 팔렸다. 스텔라매카트니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미국 슈즈 전문 브랜드 ‘샘 에델만’을 새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신발 전문 편집숍 ABC마트 국내 매장은 2014년 159개에서 올해 256개로 늘었다. 신발의 인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휠라의 재기 비결은 신발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서 시작된 ‘신발 열풍’은 지난해 스포츠, 아웃도어, 캐주얼 등 중저가 패션브랜드로 확산됐다. 휠라의 디스럽터2는 2017년 7월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220만 켤레가 팔렸다. 신발 덕에 2016년 9671억원이던 휠라코리아 매출은 2017년 2조5303억원, 지난해 2조9546억원으로 뛰었다.

이랜드그룹도 2013년부터 신발 SPA 브랜드 ‘슈펜’으로 신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발을 직접 디자인 생산해 중간 단계를 없애며 가격을 싸게 매긴 슈펜은 50개 매장에서 연매출 1500억원을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동안 눈길을 끌지 못했던 라코스테도 신발을 통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리복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도 신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 슈즈전문관 ‘인기’

유통업체도 가세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가장 매출이 많은 강남점의 4층 전체를 신발만 판매하는 전문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샤넬의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1층에 있지만 4층에는 샤넬 슈즈만 판매하는 매장을 따로 뒀다. 루이비통 구찌 페라가모 발렌티노 등 기존 매장에선 일부 신발만 판매하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4층 슈즈전문관에 매장을 열자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슈즈전문관 매출 증가율은 16.1%로 여성패션(5.8%)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당분간 신발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자주 착용하며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다른 명품은 수백만~수천만원 하지만 신발은 100만원 안팎이면 명품 하나를 갖출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패션업체에 신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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