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의 회생을 위해 추가 사재 출연을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 자금투입을 하려면 박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책임지는 모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우량자산 매각 등 채권단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구계획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産銀 "아시아나 살리려면 박삼구 회장 사재 출연해야"
“박 회장이 더 큰 책임져야”

산은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이번주 중 1년 만기의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연장할 계획이다. 오는 6일이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MOU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국적항공사이자 기간산업체라는 점을 고려해 MOU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박 회장이 지난 28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도 MOU 연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박 회장의 퇴진만으로는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산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산은은 △박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그룹의 우량자산 매각 △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무상환계획 등을 MOU 연장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해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등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금호고속 지분은 67.6%(보통주 기준)다. 박 회장 지분이 31.1%이며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도 21.0%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 측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696억원 규모 차입금 만기 연장을 위해 산은이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보유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 및 금호고속 지분 5.28%를 담보로 제공했다. 박 회장이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담보는 사실상 금호고속 지분뿐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이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출연해야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 “MOU만 연장되면 자력 해결”

박 회장 측과 아시아나항공은 사재 출연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대부분의 지분을 이미 담보로 제공해 여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 금융지원을 유지하는 MOU만 연장되면 유동성 문제는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여신의 만기연장 등 전통적인 정상화 방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산은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금융권 여신이 4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회사채·금융리스 등 비금융권 부채는 3조원에 달한다. 채권단으로서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쓸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채권단이 박 회장 측의 MOU 연장 요구에도 사재 출연 등 대주주와 회사 측의 신뢰 회복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남은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출연하더라도 담보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도 “대주주가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내놓는다는 것에 상징적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권단은 그룹이 보유한 우량자산인 에어부산·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IDT 등의 지분과 골프장 등 부동산 매각계획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