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 가장 자주 붙는 수식어는 ‘은둔의 경영자’다. 기술 개발과 일에 몰두하는 걸 즐기는 ‘공대 모범생’ 같은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간간이 공개석상에 등장할 때는 강단 있는 ‘소신 발언’으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뉴스 편집 논란’을 해명하라는 국회 등쌀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온 2017년 10월. 이 창업자는 의원들의 공세에 몸을 낮추면서도 한국 정보기술(IT) 정책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역차별’ 해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은 미국 IT 기업의 독주를 막고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해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구글과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엄청난 돈을 벌지만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하고, 서버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신문에서 네이버를 공룡으로 그리는데, 옆에 구글 같은 회사를 같이 그린다면 고질라나 어마어마한 괴물 아니겠느냐”고 했다.

네이버 이전까지 이 창업자의 이력은 실패를 모르는 평탄한 삶에 가까웠다. 1967년 서울 강남의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상문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KAIST 대학원 전산학 석사를 거쳐 삼성SDS에 입사했다. 지인들은 그가 네이버를 창업할 때 ‘험난한 벤처판’에서 잘 버텨낼지 걱정했다고 한다.

이 창업자를 잘 아는 사람들은 승부욕이 강하면서도 사고가 유연한 것을 그의 장점으로 꼽는다.

다만 ‘기본’을 게을리하는 직원은 참지 못했다고 한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 사장 시절 외부 강연에서 “큰 기획을 못하는 건 용서해도 사용자가 보는 페이지에 오타 내는 건 용서 못한다”며 “직원들은 나를 쫀쫀하다고 하지만 이게 내가 만들고 싶은 우리 회사 문화”라고 밝혔다.

이 창업자는 “혁신이란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게 아니다”며 “매일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하면서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지식검색, 통합검색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혁신이 없다고 말하면 참 속상하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