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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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보러 중국 톈진에서 왔어요. 도쿄돔 콘서트 표는 못 구해서 한국 여행을 택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입구에 위치한 스타에비뉴.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엑소(EXO), 비롯해 매우 이민호, 이종석 등 스타들의 손도장과 사진,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에 20대 초반 여대생 세명이 사진을 연신 찍고 있었다. 걸그룹 트와이스(TWICE) 영상이 있는 곳에도 여행객 몇몇이 손도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천홍 씨는 "'엑소 모자'를 사러왔다"며 "한국에 매번 방문할 때마다 MLB 모자는 꼭 사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도 "마스크팩을 2000위안(약 32만원)어치를 사 20% 할인 받았다"며 "저렴하게 잘 산것 같다"고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로 뚝 끊겼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귀환하고 있다. 이날 오후 롯데면세점에는 화장품과 패션 코너를 중심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몰렸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명동일대를 점령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롯데면세점에서는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후'와 '설화수'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부터 '제이엠 솔루션', 'AHC', '에이지투웨니스',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코너에 개별 관광객과 따이궁(중국 보따리상)들로 북적였다.

매장 매대 앞에는 기초화장품 세트와 마스크팩이 가득 담긴 쇼핑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따이궁은 "방금 1만위안(약 162만원)어치를 은련카드로 긁었는데 환율 적용이 잘 된 건지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한 화장품 매장 앞에는 약 25개 상자를 넣은 마스크팩 쇼핑백이 무려 50개나 쌓여 있기도 했다. 모두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문한 상품이다.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면세점도 마찬가지였다. 귀국전 친구와 친척들에게 선물할 화장품을 구매하느라 실시간 채팅앱 웨이신을 주고 받는 중국 여행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화장품 브랜드 '후' 매장 직원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할 수 있는 기초 제품이 골고루 팔리고 있다"며 "남성 라인의 경우 현재 모두 매진됐다"고 했다. 이 매장 앞에도 기초화장품 세트를 넣은 쇼핑백이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한동안 손님 발길이 뜸했던 시내 화장품 매장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면서 타격을 입었으나 이날엔 매장 곳곳에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불과 지난 9월 추석 연휴만 해도 썰렁했던 명동거리였지만 최근 다시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한 모습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중국 한야화장품 임직원 820명이 명동과 동대문 등 일대를 돌며 쇼핑을 했다. 이달 들어서도 13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인센티브 관광을 왔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중국인 입국자 수는 49만704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6% 증가했다. 한 달 전인 9월에 45만7387명과 비교해 8.7%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이 1년 반 만에 한국 단체관광 상품 온라인 판매를 재개했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가 중단했지만 일단 재개했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추후 전세기나 크루즈 단체관광 상품 판매까지 본격화되면 국내 유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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