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시에 있는 한솔오크밸리(이하 오크밸리)에는 삼성그룹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맏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90)의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 고문은 객실 인테리어와 자재, 소품, 조경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오크밸리 내 ‘뮤지엄 산’에는 이 고문이 보유한 컬렉션을 중심으로 전시한 종이전문박물관도 있다.

이런 오크밸리를 한솔그룹이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번번이 소문에 그쳤지만.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솔은 오크밸리 대주주인 한솔개발 지분(91.43%)을 매각하려고 나섰다.
정든 오크밸리 팔려는 한솔의 큰 그림은…"제지 名家 위상 찾기 시동"
◆한솔오크밸리 왜 매각하나

한솔그룹은 삼일회계법인(PwC)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벌써 예비입찰도 했다. 다수 투자자가 관심을 보였다. 이 가운데 부동산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과 국내 사모펀드 트루벤인베스트먼트·YG엔터테인먼트 컨소시엄 등이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이 오크밸리 매각에 나선 이유는 적자 때문이다. 한솔은 1998년 회원제 골프장과 콘도로 이뤄진 오크밸리를 개장했다. 지금은 회원제(54홀) 및 퍼블릭(9홀) 골프장과 스키장(9개 슬로프), 콘도(1106실)를 갖춘 종합리조트가 됐다. 2016년 말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하자 손님은 더 늘었다.

하지만 막대한 금융비용과 회원권 분양이 오크밸리를 짓눌렀다. 회원들이 예치한 입회보증금만 5500억원(회원 수 3000여 명)을 웃돈다.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다. 2014년 56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72억원으로 줄었다. 금융 부담은 커져 지난해 부채비율이 600%를 웃돌았다.

◆누가 관심 있나

오크밸리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약 1000억원 안팎(입회보증금 제외)이 될 것이라는 게 매각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 얘기다.

오크밸리에 관심이 있는 한토신은 펀드나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만들어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오크밸리 내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휴부지(260만㎡)를 워터파크 등으로 개발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한토신 관계자는 “부채가 많아 순자산 가치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며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트루벤인베스트는 YG엔터테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잠재 수요층을 겨냥, YG 연예인 등 한류 인프라를 활용하면 오크밸리를 대형 관광지로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YG 관계사인 엑스골프가 온라인 부킹과 골프장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매각은 될까

매각 전망은 엇갈린다. 오크밸리가 갖고 있는 관광인프라의 가치 등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빨리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새로운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력을 갖춘 인수자가 추가 투자를 해야 리조트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각이 이르면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크밸리를 인수하면 아직 개발하지 않은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각 초기 단계인 데다 과거 수차례 매각과 투자 유치가 무산된 사례를 들어 매각이 현실화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결론이 곧 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무산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향후 한솔의 전략은

한솔은 오크밸리 매각 후 ‘종합제지회사’라는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력 분야인 인쇄용지가 펄프 가격 인상, 수요 감소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위해 그룹 모태인 신문용지업체 전주페이퍼와 국내 1위 골판지회사 태림포장 인수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솔그룹이 ‘제지 명가’라는 위상을 복원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제지와 관련된 분야를 수직계열화하고 외형을 키우기 위해 기업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수/김익환 기자 true@hankyung.com